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수출규제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마저 있다. 재계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바람직한 대응으로 외교적 대화(48%), 부품소재 국산화(30%), 세계무역기구(WTO) 제소(10%)를 꼽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과의 외교적 대화를 하는 것이 한국이 마치 굴복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금 다르다.

이런 점에서 미·중이 경제전쟁의 대립 속에서도 전략적 타협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무역전쟁을 발동해 중국의 불공정한 제도에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군과 관계가 있는 화웨이를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강압적이고 부당한 중국 죽이기에는 격한 반발을 하면서도 외교적 교섭은 차분히 이어갔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외교적 교섭을 지속한 이유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자국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었다. 또한 중국은 미·중의 국력 차이로 인해 지금의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공세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인 것도 작용했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국내 경제가 악화되면 결국 그 불만의 화살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올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존재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중국 내 내셔널리즘의 감정으로 인해 미국과의 싸움을 피할 수는 없었다. 미국 압력에 ‘시 주석이 굴복하는 인상을 국민에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강력한 대응을 불러왔다. 특히 중국이 유일 강대국이 되는 ‘중국 꿈’을 주창하면서 권력 연장에 성공한 시 주석으로서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과의 타협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 주석은 미국의 관세 압박에 강한 어조로 맞받아치면서도 미국과의 끊임없는 전략적 타협을 시도하는 양면 전략을 선택했다. 미·중 교섭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 4월에는 시 주석도 양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결국 중국 공산당 내부 강경파의 반발로 4월 미·중 합의는 결렬됐고, 당시 미·중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 예측대로 4월 이후 시 주석은 대미 강경파로 돌아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미국의 농산물 구매 요구를 들어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략적 타협에 나섰다. 즉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해 다시 미·중의 타협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국은 명분과 국익의 갈림길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아베 신조 총리가 재임하는 한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시대의 잘못을 인정받으면서 현재 규제 조치의 철회를 받아내기는 힘들게 됐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냉정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잘못된 점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WTO에 제소해 부당한 조치에 대해 알리는 것은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일본이 주장하는 전략물자의 북한 유입설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제적인 이미지와 관계된 만큼 더 강경한 자세로 일본의 부당성을 격파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에 불량국가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아베의 불순한 의도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 또한 힘의 논리를 앞세운 일본의 비열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게다가 역사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한 아베의 행동이 얼마나 국제사회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일본 사회에 설파해 한국의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이번 수출규제가 징용공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일본과의 외교적 대화에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징용공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과의 외교적 교섭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를 감안한다면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 수세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공세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 한국 정부가 제시했던 1+1의 재단안을 보완하면서 일본과의 적극적인 외교 교섭을 할 필요가 있다.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지적이었던 만큼 일본 정부에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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