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지금 사려면 계약 후 1년 가까이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계약서에 사인했다가 기다림에 지쳐 해약한 고객이 2만명을 넘어섰다. 소비자가 너무 좋아하는데, 더 많이 만들어낼 생산능력도 충분한데 그러지 못해 이렇게 많은 손님을 놓치고 있다. 황당한 일이 벌어진 까닭은 일부 노조원의 특근비였다. 울산 4공장에서 생산하는 팰리세이드를 2공장에서도 만들어 물량을 늘리려 하자 4공장 노조원들이 저지하고 나섰다. 생산물량을 2공장과 나누면 4공장의 특근일수가 줄어 임금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공장별 물량 조정 때 노조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에 발이 묶인 사측은 ‘잘 팔리는 상품을 더 많이 만드는’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리조차 경영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월 생산량 8600대 중 5000대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이대로라면 이미 체결된 미국 주문 물량을 소화하는 데에만 반년 이상 걸리게 됐다.

이쯤 되면 현대차란 기업의 존재 이유를 다시 규정해야 한다. 팰리세이드를 증산하지 못하는 상황은 주주를 위해서도, 소비자를 위해서도, 수출을 위해서도, 협력업체를 위해서도, 제조업 부진에 침체한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직 노조원에게만 이득이 돌아가는 일이다. 최고 수준의 생산직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원을 위해, 그것도 전체가 아닌 일부 공장의 노조원만을 위해, 그들의 전체 임금도 아닌 특근비 혜택을 위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 현대차가 노조원의 사익을 위한 기업이 돼가고 있음을 뜻한다. 대형 노조의 밥그릇은 당국의 규제보다 더 넘어서기 힘든 기득권이 됐다. 같은 노조 안에서 내 공장의 이권을 고집하고, 광주형 일자리를 울산의 노조가 반대하고, 내우외환의 경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강행할 만큼 이 기득권은 상생을 모른다. 이래서는 아무리 혁신을 외친들 제조업이 살아날 수 없으며 일본의 공격을 막아낼 경제 체력을 기를 수도 없다. 노동계는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투쟁을 통해 쟁취할 수 있는 몫이 한국경제에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지금의 기조를 고집하다간 지금 누리는 고용과 임금마저 잃게 된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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