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부 지지율이 한국에 대한 수출통제 강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2~14일 일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49%를 기록했다. 한 주일 전 56%보다 7% 포인트나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한 주일도 안 돼 6% 포인트나 떨어진 45%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일본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비교적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언론 가운데도 비판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은 일본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여론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일본 국민이나 정부의 비위에 맞추자는 의미는 아니다. 상식에 맞는 정연한 논리와 국제 통상 규범에 합당한 절차를 통해 의연하게 대응함으로써 불필요하게 갈등이 확산, 심화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정치권이나 당국자들이 앞장서서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 여당 일본경제보복대책특위 위원장이 구한말 의병을 언급하고, 청와대 수석이 동학혁명을 떠올리는 ‘죽창가’를 SNS에 올리는 건 현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지향하려는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통상교섭 전문가인 고위 공직자가 110년 전 국채보상운동을 언급하는 것도 무책임하다.

국민들이 일본 제품 사용을 기피하고 일본 관광을 취소하는 사례는 자연스러운 민심의 발로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 미흡하고, 오히려 국력 신장에 기대 슬슬 과거 국가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조건반사적 정서반응이다. 그러나 먼 과거사까지 들먹이며 극일, 배일을 주창하고 나서는 것은 당장 인기를 모을 수는 있으나 해결로 나아가는 길은 아니다. 두 국민 사이 감정의 골만 깊게 할 뿐이다.

한·일 관계는 지금이 최악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쉬웠던 적은 거의 없다. 어려우니 풀어나가는 게 정권의 실력이요, 외교의 힘이다.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반일 여론에만 기대려는 건 하책이다. 우리 내부를 결속시킬 수는 있겠지만, 수출 통제를 풀거나 더 나아가 제대로 된 과거사 반성을 이끌어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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