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15일 정부과천청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정부가 성범죄 전과자에게 채우는 전자발찌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시범 도입한다. 최근 전자발찌 착용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성범죄를 시도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강호성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은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이르면 내년부터 ‘음주 측정 전자발찌’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전자발찌 착용자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재범하는 문제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폭행 재범 사건이 대부분 술을 마시고 흥분해 벌어진다고 했다. 지난 10일 광주의 한 주택에 침입해 모녀를 성폭행하려 했던 선모씨와 지난 5월 전남 순천에서 선배의 약혼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A씨는 모두 전자발찌 착용자로 술을 마신 상태였다. 강 국장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음주가 범죄로 이어지지 않게끔 선제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다”고 했다.

기술적으로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흘리는 땀 등 체액을 이용한다. 전자발찌에 달린 센서가 피부에서 나오는 체액을 감지·분석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평상시 땀에서는 염분 등만 배출되지만 술에 취한 상태에선 알코올이 함께 검출된다. 법무부는 기술의 정확도가 90%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기준 이상으로 측정되면 정보가 자동으로 법무부 위치추적관제센터와 보호관찰소로 전달된다. 강 국장은 “감시 대상자가 일정량 이상 술을 마시면 보호관찰관이나 경찰이 현장에 나가 관리하거나 전화로 귀가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음주 측정 발찌’는 기본권 침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개인 생체 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수집하고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강 국장은 “재범이 줄어들어 국민들의 안전이 보호되는 이익이 더 크다고 본다. 공론화를 한다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혈액이나 소변 등을 직접 채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마트 워치처럼 간접적으로 생체 정보를 확인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새 전자발찌는 일차적으로 과거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적용될 예정이다. 법원이 과도한 음주를 제한하는 특별준수사항을 내린 사람에게도 부착된다. 7월 기준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는 2444명으로, 그 가운데 법원에서 음주 제한 특별준수사항을 받은 이는 174명이다. 이처럼 제한적으로 시행된다면 법 개정 없이 현행 제도 아래서 ‘음주 측정 발찌’ 도입이 가능하다고 법무부는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해당 기술이 상용화된 곳도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는 형사소송법상 생체추적시스템을 허용했다. 원격 측정 장치로 성범죄자 등의 음주 여부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음주 여부와 현재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발찌 제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 국장은 현장에서도 보호관찰소장으로 4년 넘게 일하면서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했다. 그는 “지난해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2.5%다. 새로운 발찌를 도입하면 그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