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신산업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서 안착을 지원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는 제도다.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 1월 관련 법안이 통과돼 시행에 들어간 지 6개월이 됐다. 국무조정실이 반년 동안 나타난 샌드박스 효과를 집계했더니 규제의 벽에 가로막혔던 81건의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를 앞당길 수 있었다. 공동 조리공간을 자영업자에게 빌려주는 공유주방, 합승 금지 규제에서 벗어난 자발적 택시 동승 서비스, 빅데이터 기반의 부동산 시세 평가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샌드박스가 적용된 벤처기업의 특허 출원 기간을 단축하고 판로 확보를 지원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규제의 우회로만 열어줘도 이런 성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한 날, 오랫동안 규제개혁을 호소해온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또 국회에 갔다. 스타트업 경영인 10여명과 함께였다. 20대 국회 들어 12번째로 국회를 찾아간 거였는데 이번에도 꺼낸 말은 같았다. 기업이 일할 수 있게 규제를 걷어내 달라고 했다. “규제의 정글에서도 일을 벌이려는 젊은 기업인들이 기성세대가 만든 덫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원님들께서 스타트업의 엔젤이 돼 길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는 스타트업에 덫이 돼 버린 규제의 카테고리를 4가지로 정리했다. ①국회 입법 지연 ②공무원의 소극적 업무 ③기득권의 저항 ④융·복합 산업에 대한 이해 부재 등이었다.

박 회장과 동행한 한정훈 홈스토리생활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향후 3년간 가사도우미 1만여명을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4대 보험을 제공할 수가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가사근로자법안이 1년6개월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렇듯 규제개혁은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다. ①과 ③은 국회와 정부가 본연의 기능인 입법과 갈등조정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되는 것이고 ②와 ④는 샌드박스 효과가 입증해주듯 발상의 전환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규제개혁을 통한 산업 활성화가 제대로 안 된다면 이는 곧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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