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들이 정신 장애를 앓는다는 이유로 8년간 혼혈아로 둔갑시켜 필리핀 등지에 유기한 ‘비정의 부모’가 검찰에 붙잡혔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윤경원)는 한의사인 아버지 A씨(47)를 구속기소하고, 어머니 B씨(48·주부)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친아들 C군의 이름을 바꾼 뒤 ‘코피노(한국계 필리핀 혼혈아)’로 둔갑시켜 필리핀에 보내 수년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소아 조현병을 앓던 둘째 아들 C군(14)을 7세이던 2011년부터 경남 창원과 충북 괴산군, 필리핀 등지에 버리다시피 떠돌게 하며 돌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부는 C군을 창원 어린이집과 괴산군 사찰에 맡길 때 나이와 부모 인적사항과 집 주소 등을 일절 알리지 않았다. 또 필리핀에 보낼 때도 아들의 이름을 개명하고, 필리핀에 사는 한국인 선교사에게 “편부 슬하의 코피노”라고 속인 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 부부는 아이를 맡겨둔 채 귀국하면서 아들 여권을 들고 들어와 아예 자신들을 찾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며,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도 바꿔 버렸다”고 설명했다. C군은 필리핀 선교사가 운영하는 시설과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경미한 자폐증 수준이던 건강상태가 중증의 정신분열로 악화됐고, 왼쪽 눈은 실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부부는 C군을 필리핀에 내다 버린 뒤 대학생인 장남과 함께 괌 태국 등지로 해외여행을 다닌 것으로도 드러났다. C군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아빠가 또 다른 나라로 데려가 버릴 것이니 나를 아빠한테 보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는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 능통자를 만들기 위해 필리핀에 유학을 보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C군은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통해 정신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며 “아동보호기관과 협력해 C군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심리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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