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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김재중] 사랑하는 어머니를 보내며


마지막은 평화로웠다. 모든 고통이 사라진 듯 어머니는 편안한 모습으로 영면에 들었다. 어머니는 13년간 암과 싸웠다. 2006년 유방암 첫 진단을 받고 절제수술과 항암주사, 방사선 치료 등을 통해 완치되는 듯했으나 2015년 재발했고 마지막까지 회복 의지를 불태웠으나 기력이 소진되고 말았다.

어머니를 모시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은 지난달 3일 새벽이었다. 어머니는 이날 오전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기차표를 예약해 놓았으나 호흡 곤란을 호소해 발길을 돌렸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어머니 상태가 회복이 어려운 말기 암환자라는 차트 기록을 언급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난감했다. 일단 진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이비인후과 교수는 기도(氣道) 관 삽입 수술을 권유했다. 그러나 혈액종양내과 의사는 “(관 삽입은) 환자가 너무 고통스러울 것이다. 내 할머니 같으면 그렇게 안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기도 관 삽입은 포기하고 암병원 혈액종양내과로 입원했다.

혈액종양내과 전공의는 어머니가 응급 상황에 처했을 때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 가족끼리 상의해 미리 결정해 두는 게 좋다고 했다. 연명치료 여부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담당의사는 기도 관 삽입과 심폐소생술 등 환자를 살리기 위한 모든 조치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설득 끝에 어머니는 목소리를 잃게 되는 기도 관 삽입 등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직접 사전연명치료의향서에 서명했다.

며칠 지나자 전공의는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라고 했다. 중요한 수술 등을 위해 입원을 원하는 환자는 많은데 병상은 부족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병원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내게는 ‘빨리 나가라’는 압박으로 느껴졌다. 어머니 상태가 면역력 저하로 감염이 우려되는 데다 허리 협착증으로 통증이 심하고 혈압도 불안정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간병인을 쓰지 않고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병상을 지켰다. 간병하는 동안 틈틈이 어머니가 옮겨갈 병원을 알아보았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다행히 의사인 매형이 동료 의사를 통해 소개받은 요양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구급차를 불러서 3시간여를 달려 전남 화순군에 있는 전남제일요양병원에 도착했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공기 좋은 농촌에서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는 의료진이 맘에 들었던지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오니 편하다고 했다.

전남제일요양병원은 보건복지부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완화의료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한팀을 이뤄 통증 등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환자와 그 가족을 사랑으로 돌봄으로써 삶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이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호스피스 병동은 ‘마지막 죽으러 가는 곳’ ‘대충 치료하는 곳’ 등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모시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환자의 통증 완화와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고 2015년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공동 간병인도 병원에서 소개해줘 가족 및 개인 간병에 따른 신체적, 경제적 부담도 덜었다. 가족이 간병인을 찾아서 데려오지 않아도 되게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환자안심병원(간호·간병통합서비스)을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암 환자의 15%만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하고 있으나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환자가 인간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아름답게 임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전국 요양병원에서 호스피스 병동을 함께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암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가가 호스피스 병동을 적극 홍보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겠다. 건강한 삶(well being)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well dying)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고해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와 전남제일요양병원 지승규 대표원장 등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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