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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전석운] 한·미·일 정상외교로 풀어라

일본에 정상회담 제안하되 3국 정상회담 동시 추진하면 일본 압박하는 효과 있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무역 제재를 사전에 알았을 개연성이 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을 방문하고 한국을 떠난 직후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한국 경제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보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직전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로부터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듣고 ‘전면적인 지지’를 표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베 총리를 만났고, 한 달 뒤인 5월에는 도쿄로 장소를 옮겨 아베 총리와 시간을 보냈다. 미·일동맹의 특수성과 두 사람의 유대관계를 감안할 때 이렇게 빈번한 회담을 갖는 동안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보복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밀로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방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무런 귀띔을 하지 않은 것 같다. 한·일 간 무역분쟁은 두 나라가 스스로 해결할 사안이라고 본 듯하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2일 “미국이 중재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꺼내든 무역 보복은 한국과 일본의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아베 정부는 반도체 수출 통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략물자 수출 대상 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도 한국을 제외한다는 방침을 예고했다. 이는 한국을 우방국으로 보지 않거나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다.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한국 정부도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016년 체결돼 1년 단위로 연장되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중단도 한 예다. 무역전쟁이 안보협력 붕괴로 이어진다면 한·일 관계는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자칫 1965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한·일 관계가 틀어지면 한·미·일 동맹도 흔들린다. 한·미·일 동맹의 균열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도 차질을 빚게 만든다. 미국의 동북아 전문가들이 한·일 갈등을 우려스러운 눈길로 보는 이유다. 대니얼 스나이더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일상적인 군사 협력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핵심적 요소”라며 “한·일 관계가 무너지면 이 지역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의 능력도 실질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일 무역 전쟁의 승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 기사에서 지난 40년 동안 반도체 시장을 주도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싸우면 중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올라서는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무역전쟁의 후폭풍을 검토했더라면 일본의 무역 보복에 제동을 걸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청와대는 한·미·일 3국 간 정상외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하되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도 동시에 추진하면 일본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더라도 어느 한쪽이 지금 당장 본질적인 양보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미 정상회담은 한·일 갈등 해법을 직접 다루기 곤란하다. 그러나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북한 문제를 비롯해 3국의 공통 관심사를 다양하게 논의할 수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담 후속 조치와 북·일 정상회담 촉구 등이 의제가 될 수 있다. 일본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면 북한과도 과거 배상 문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한국과의 경험에서 과거를 어떻게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지 교훈을 얻는다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2년 전인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적이 있다.

전석운 미래전략국장 겸 논설위원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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