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차이가 작은 집을 전세를 안고 여러 채 사들인 뒤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는 투자 방식을 갭(gap)투자라고 부른다. 갭투자가 고수익 부동산 재테크 수단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3~4년 전 지방과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유행처럼 번졌다. 너도나도 앞다퉈 이 대열에 뛰어들었고 수십채는 흔하고 수백채를 사들인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갭투자는 집값이 오르고 전세가격이 유지돼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집값이 하락거나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낭패다. 집을 팔면 손실이 확정되고 계속 보유하자니 ‘깡통 전세’ 가능성이 큰 집이라 새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경우라면 원리금 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 버티다 버티다 연체 상태로 몰려 집이 공매 절차에 넘겨지면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집주인은 탐욕을 부린 대가를 치르는 것이니 그렇다 쳐도 문제는 세입자들이다.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정도는 약과다. 세들어 있는 집이 공매되면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우선변제권이 후순위라면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살던 집에서 쫓겨날 수 있다.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했다면 빚까지 떠안아야 한다. 그런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요즘 심심치 않게 쏟아진다. 경매 회사에 따르면 주거시설 경매 건수가 지난 4, 5월 연속 5000건을 웃도는 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도 지난해부터 폭증하는 추세다. 이들 중에 갭투자와 관련된 사례가 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들은 대체로 갭투자하기 좋은 1억~2억원대 다가구주택의 세입자들이다. 부동산 법률 지식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노인 등 취약계층이 많다. 탈이 날 집을 계약한 당사자가 우선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온전히 그들만의 책임일까. 돈 떼이지 않을 장치를 마련해 놓고 갭투자자들에게 멍석을 깔아준 금융회사들은 책임이 없나. ‘빚내서라도 집 사라’고 부추긴 정부는 어떤가.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 가수요로 주택 시장을 교란시키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캡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그런 인식이 전제돼야 갭투기를 막고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테니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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