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은 한글의 옛 이름으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뜻이다. 1443년(세종 25년) 완성돼 1446년에 반포됐다. 창제 당시에는 자음 17자, 모음 11자 등 총 28자였으나 일부 글자가 폐기돼 현재는 24자(자음 14자, 모음 10자)만 쓰이고 있다. 한글은 우리말을 소리나는 대로 정확하게 적을 수 있고 쉽게 익힐 수 있어 세계에 자랑할만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목적과 시기, 사용법, 글자의 원리, 제작자 등이 알려진 문자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한글의 비밀은 일제 말기 경북 안동에서 한 권의 책이 발견되면서 풀렸다. 문화재 수집가 간송 전형필(1906~62) 선생이 1943년 고서를 입수했는데 훈민정음 반포 당시 제작에 참여한 집현전 학사들이 펴낸 해설서였다. 해례본은 기와집 한 채 값인 1000원에 매물로 나왔는데 간송은 책값으로 1만원, 소개한 이에게 별도로 1000원을 지불하며 “훈민정음 같은 보물은 적어도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했단다. 일제의 조선어 탄압이 심하던 때라 간송은 매입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보관해 오다 광복 후에야 세상에 공개했다. 간송은 소장한 수많은 고가 문화재 중에서도 해례본을 최고의 보물로 여겨 6·25전쟁 때도 품에 넣어 다녔고 잘 때는 베개 밑에 보관했다고 한다. 간송본으로 불리는 이 책은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과학성을 알려주는 소중한 문화재로 1962년 국보 70호로 지정됐고 97년엔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간송본은 오랫동안 유일본이었는데 2008년 해례본이 경북 상주에서 또 발견됐다. 상주본으로 불리는 이 해례본은 고서적상인 배익기(56)씨가 지역 방송에 공개해 존재가 알려졌다. 하지만 이내 소유권 분쟁이 벌어졌다. 민사 소송에서 승소한 원소유자가 2015년 5월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했지만 소지자인 배씨는 아직까지 반환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15일 강제집행 불허청구 상고심에서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줘 상주본은 국가 소유로 확정됐지만 배씨는 자신이 정당한 소유자라며 반환 조건으로 1000억원을 요구한 상태다. 문화재청은 강제집행 방침을 밝혔지만 배씨가 숨겨둔 곳을 알려주지 않으면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간송본 발견으로 한글에 관한 의문들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상주본의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소중한 문화재다. 난제를 풀 실용적 해법이 절실하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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