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기자가 지난 14일 인터넷 카페에서 스테로이드 제품 구입을 문의하자 9분 만에 불법 유통 업자가 보내온 사진.

국내 ‘약투’(약물 복용 사실 고백) 1호 박승현(29)씨는 “약물로 근육을 키워봤자 마음은 계속 공허할 수밖에 없었다.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파괴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유튜브를 통해 과거 약물 복용 사실을 고백한 박씨는 지난 2월 직접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찾아 과거 자신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자수하고 수사에 협조했다. 박씨는 “과거 동료 선수들과 약물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이 자체로 약사법 위반”이라며 “약투를 한 입장에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자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 보디빌더 선수로 받았던 트로피가 박탈당할 것까지 각오하며 고백을 결심했을까. 지난 5일 박씨의 집에서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씨는 “약을 복용한 것 자체가 부끄럽지는 않다. 내 몸이 망가지더라도 괴물 같은 몸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원한 결과”라며 “하지만 약을 먹어 몸이 아무리 예뻐지고 커져도 마음은 계속 공허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씨는 불법 약물이 일반인들에게도 깊숙이 침투해 있다고 털어놨다. 과거 헬스트레이너로 근무했던 박씨는 “다른 종목 선수로 활동하는 주변 친구들도 약을 구해줄 수 있느냐고 여러 번 물어왔고, 헬스장에 오던 일반인 회원들 중에서도 약물 사용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제대로 조사하면 보디빌딩 외에 다양한 종목에서 줄줄이 불법 약물 사용 실태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박씨는 “영화처럼 대량으로 약을 들여오는 ‘큰손’들이 몇몇 있고, 유명 보디빌더들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약물을 복용한 유명 보디빌더들이 수제자들에게 물건(약물)을 푼다. 그리고 그 제자들이 다른 트레이너나 자기들이 가르치는 일반인 회원들에게 판매를 한다”고 설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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