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김지훈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8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 포인트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6월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시장이 당초 인하 시기로 예상한 다음 달보다 한발 이른 결정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마주한 난관의 비상함, 통화 당국의 다급함을 체감할 수 있다.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은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하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를 비롯해 7명으로 구성된 금통위는 앞서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향방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이일형 금통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낸 가운데 ‘인하’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 위원과 함께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중시)로 분류되는 윤면식 한은 부총재, 고승범 위원도 실질적 금리 인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고 위원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중론을 고수하면서도 실물경제 악화 상황을 거듭 언급하며 미묘하게 달라진 분위기를 내비친 바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달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미국의 정책금리 결정을 비롯해 대내외 경제 상황을 더 지켜보다가 다음 달쯤 인하에 나선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로 발걸음을 옮긴 배경에는 국내 경제성장 둔화, 계속되는 저물가, 한층 커진 대외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경제는 민간소비가 완만하게 늘고 있지만 건설투자 조정 지속, 수출·설비투자 부진 심화로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게 금통위 분석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가 통화 당국 전망에 못 미치는 0%대 중후반의 낮은 오름세를 이어가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기는 데 한몫을 했다. 일반 시민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폭(기대인플레이션)은 올해 2분기 기준 연 2.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기대인플레이션은 2.6%였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오르내리다 내년 이후 1%대 초중반에 다다를 것으로 관측했다.

여기에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부동산시장 하향 안정세 지속이 금리 인하에 따른 부담감을 낮췄다.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가계빚이 불어나거나 집값이 뛰어 경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경제 환경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미칠 파장도 포함된다. 이 총재는 “한·일 교역 규모나 산업·기업 간 연계성을 두루 감안해보면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다”며 “(기준금리 결정 과정의 근거가 되는) 거시경제 전망에 일본 수출규제 영향이 부분적으로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준금리 전격 인하의 가장 큰 방점은 ‘한국 경제 살리기’에 찍혀 있다. 시중에 돈이 활발히 돌게 하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금통위 의도다. 이 총재는 “경제 성장과 물가 흐름이 당초보다 약한 것으로 봐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며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도 기본적으로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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