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못하면 일본 경제보복에 맞서기 위한 초당적 대응도 어려워…
각자 입장 고수 벗어나 정치력 필요


임시국회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하지 못하고 끝났다. 여야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19일 정경두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법안,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 처리를 논의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초당적 협력을 다짐한 지 하루 만에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청와대 회동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기 위해 열렸지만 추경 처리도 못하면서 초당적 협력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청와대 회동에서 여야정이 설치, 운영키로 한 비상협력기구도 추경이 처리되기 전에는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우리 정치 수준은 쉽게 될 법한 일도 여야 간 정쟁과 당리당략으로 번번이 가로막히곤 한다. 추경 처리가 뭐 그리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끈단 말인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방장관 해임안 표결을 추경 처리와 연계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4월25일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이 3개월 가까이 발목이 잡혀 있다. 경기 부양과 재난 복구를 위해 시급히 편성됐다는 추경의 취지가 무색하다. 뒤늦게 추경이 집행되면 추경 효과도 그만큼 떨어진다. 추경 처리를 제때 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도 정치개혁특위 재구성, 경제청문회 개최, 북한 목선 국정조사 등 온갖 조건을 내걸며 이렇게 오래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당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와 비판은 우리 정치에서 상수나 다름없다. 처음부터 여당 하자는 대로 하는 야당을 본 적이 있는가. 결국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풀어야 한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설득이나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기보다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민주당은 국방장관 해임안 표결을 받아들이고, 야당은 추경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북한 목선 사건 등 심각한 군 기강 해이 문제도 있는 만큼 통과되든 부결되든 해임안을 표결에 부치면 될 일이다. 청와대 회동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상생의 정치를 주장하며 여당이 해임안 처리를 수용할 것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2일 협상을 다시 이어갈 예정이다. 추경안과 해임안, 대일 결의안 일괄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라도 열기 바란다.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한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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