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안이 지난 12일 결정된 뒤 노동계 반발이 거세다.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실질적 삭감이어서 수용불가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8일 파업투쟁을 벌였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재심의를 요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2.87% 인상, 시간당 8590원으로 최저임금 결정안을 의결했다.

결정안 도출엔 최임위 공익위원들의 전략이 주효했다. 그래서인지 양대 노총은 근로자위원 9명 전원 사퇴와 함께 공익위원들의 사퇴를 압박했다. 사용자안 산출근거의 공개도 촉구했다. 전해지기로는 2차 근로자안(9570원)과 사용자안(8185원) 차가 너무 커 중재적 공익위원 안을 포함한 3개 안에 대한 표결을 고려하는 상황까지 갔다. 근로자 측이 최종안(8880원)을, 사용자 측이 인상률 3% 미만을 어림해 최종안(8590원)을 던졌다. 준비됐던 공익위원안보다 낮은 수준의 사용자안에 공익위원들은 안을 내지 않았다. 공익위원들의 사용자안에 대한 우호적 투표로 공익위원 9표 중 6표가 갔다. 최임위 설치 이래 노사대립에 따라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될 경우를 제외하곤 노측과 사측 어느 한쪽의 안으로 결정되면 근거를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러니 사용자 측은 근거를 밝힐 필요가 없고, 막판승리를 위해 정확한 근거 없이 던진 카드였다면 표정관리로 끝나는 일이다. 공익위원들은 정부의 기대에 충실한 산파역을 제대로 한 셈이다. 지난 5월 위촉되기 전 청와대발로 ‘최저임금 인상 폭 3∼4% 수준’이 흘러나왔다. 굳이 어깃장을 놔 노사정 관계 파국이나 정치·경제·사회에 파란을 야기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부터 출구전략에 집중했던 듯싶다. 표결을 내세워 최종안 제출을 다그쳐서 어느 때보다도 막판진통 없이 정리가 됐다. 전원이 참석해 표 대결을 한 근로자위원들의 억울함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상황은 종료되는 듯하다. 이의제기가 수용된 적이 없는 결정안 고시가 19일 시작됐다. 대기업과 대기업 노동자들의 여유 속에 중소영세 사업주와 해당 노동자들, 한계 노동자들의 절박함과 애환이 뒤섞일 내년도 최저임금이다. 그 결정이 여전히 불투명한 관행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고함·비난·퇴장 등 정치적 시위만 무성했지 최저임금 수준이 현실적으로 적정하고 합리적이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짧지만 여운은 긴 한 편의 ‘웃픈’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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