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흘간 페이스북에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직접 쓴 글과 언론 기사 링크 등을 합쳐 17건의 게시물을 올렸다. 대부분이 정부와 다른 주장이나 입장을 ‘친일파’라거나 ‘이적 행위’라며 공격하는 내용이다. 조 수석의 페이스북 글 폭탄은 우선 형식에서 문제가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관이 핵심 국정 현안에 대해 SNS를 통해 직설적으로 사견을 밝히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이나 말이라 해서 자연인 조국의 의견이 아님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런 청와대 참모는 없었다. 백보 양보하더라도 그는 민정수석이다. 공직기강, 법무, 반부패,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이 주 업무다. 대일(對日) 분쟁과 관련이 거의 없다.

내용은 더 문제다. 조 수석은 18일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닌 ‘애국(愛國)이냐 이적(利敵)이냐’이다”라고 했다. 청와대의 주장이나 대응에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20일에는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이후 ‘무대응’은 부인할 수 없는 정부의 실책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과의 불일치에 따른 법적·외교적 파장을 줄이려는 노력은 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 수석은 이렇게 지적하는 사람들도 싸잡아 친일파로 몰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조 수석은 불을 보듯 명확한지 몰라도 상당수 법학자들은 다르게 본다. 한일 청구권협정 문안을 보거나 외교 문제에 대한 ‘사법 자제의 원칙’을 감안할 때 대법원 판결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있다. 조 수석의 행태는 과거 군사정부가 정치적 반대파에게 ‘빨갱이’ 딱지를 붙인 것과 흡사하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이념적 낙인을 찍어 탄압하는 전체주의 행태와 뭐가 다른가. 무엇보다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출신이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게 놀랍다. 대학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고 가르쳤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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