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저림증은 일시적인 혈액순환의 문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뇌졸중, 목 디스크 같은 큰 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셔터스톡 제공

혈액순환 문제로 나타날 수 있지만 목 디스크·목뼈 협착증이 대표질환
당뇨병·허혈질환 등 초기증상으로 생길수 있어 원인 감별해 치료 필요
말초신경병증은 치료 후에 증상이 오래 가는 경우 많아 손 마사지 중요


‘손에 전기가 오는 느낌이다. 화끈거린다. 감각이 없다. 따끔거린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손저림 증상이다. 단순히 혈액순환 문제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오래 지속된다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목 디스크나 수근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 말초신경병증, 뇌졸중 등 뜻밖의 ‘큰 병’이 원인일 수 있다. 신경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봐야 하는 이유다.

손저림증을 일으키는 대표질환은 목 디스크(경추간판탈출증)와 목뼈 협착증이다. 목 디스크는 목뼈(경추) 사이에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빠져나와 주변 신경을 눌러 통증과 마비를 일으킨다. 목뼈 주변은 손끝으로 가는 신경이 많아 손저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팔과 어깨 등 넓은 범위에서 저림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사람의 목뼈는 총 7개다. 5번과 6번 목뼈 사이 ‘6번 경추신경’이 압박되는 경우 엄지손가락에 뻗치는 통증과 감각 이상이 생긴다. 7번 목뼈와 1번 가슴뼈 사이 ‘8번 경추신경’이 눌리면 약지와 새끼손가락에 저릿저릿함이 느껴진다. 양쪽 손이 모두 저리거나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목을 숙일 때 통증이 악화되기 십상이다.

목뼈 협착증에 의한 손저림증은 윗팔근육이 약해지는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젓가락질 같은 미세한 손놀림이 둔해진다. 그래서 뇌졸중에 따른 사지마비로 오인하기 쉽다. 목뼈 협착증에 의한 손저림증은 양쪽 손에 모두 생기는 경우가 많고 목을 뒤로 젖히는 동작에서 저림 증상이 심해진다. 또 밤에 자려고 누울 때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목 디스크 발생이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0만명 가까운 환자가 목 디스크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이들의 72% 정도가 40~6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홍보이사인 홍재택 가톨릭의대 은평성모병원 교수는 22일 “특히 손저림 같은 초기 목 디스크 증상을 노화에 따른 오십견이나 단순한 근육통 정도로 오인해 병을 키우는 환자도 많다”면서 “목 디스크 진단 후 80~90%의 환자는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으로 2개월 안에 증상이 개선될 수 있으므로 손저림 증상이 나타나면 정확한 원인 진단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심하거나 약물치료 등으로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근관증후군은 손목뼈와 인대 사이에 있는 수근관(손목터널)이 좁아지면서 그곳을 지나는 ‘정중신경’이 눌려 손바닥과 손가락에 이상 증상이 생기는 병이다. 빨래와 설거지 등 손목을 많이 쓰는 중년의 주부나 스마트폰, 컴퓨터를 자주 쓰는 직장인에게 주로 발생한다. 2015년 16만7125명이던 수근관증후군 진료 환자는 지난해 17만9177명으로 7.2%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50대 여성 환자가 전체의 약 31.3%(5만6236명)를 차지했다.

수근관증후군은 정중신경의 감각 지배 부위인 엄지와 검지, 중지, 손바닥, 손목에 저림과 통증이 나타난다. 밤에 자다가 깰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기도 하지만 흔한 증상으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병이 악화하면 저림 증상을 넘어 엄지 근육의 쇠약과 위축을 불러 손 힘이 약해지고 손목을 잘 못 쓰는 등 운동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수근관증후군 예방 수칙이나 권고 기준은 아직 없다. 증상이 가볍고 근육 위축이 없다면 소염진통제 등 약물치료, 보조기를 이용한 고정요법, 주사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단 심한 통증이 따르거나 손목 손상 후 급성 증상이 나타나면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 등 손목의 반복적 동작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말초신경병증은 손끝과 같은 말초(사지의 말단)신경에 염증이 생겨 저림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개 손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져 물컵을 놓치기도 한다. 손 외에 발저림 증상도 동반될 수 있어 보행장애가 따를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나 류머티즘성관절염, 허혈질환(피 공급이 부족해 생김)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원인 질환을 감별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초신경병증은 치료 후에도 증상이 오래 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 손을 마주해 마사지하고 주먹을 쥐었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요리 등 집안일을 할 때는 장갑을 끼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난간을 붙잡아 낙상을 예방해야 한다.

뇌졸중 역시 손저림을 ‘전조증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광범위한 부위에 감각 이상이 나타나지만 환자들은 주로 예민한 감각을 느끼는 손에서 저림 증상이나 감각 저하를 겪게 된다. 전에 없던 손저림, 감각 저하가 한쪽에 갑자기 생기고 운동장애나 언어장애(말이 어눌함)가 동반될 경우 뇌졸중 가능성이 크다. 이땐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조기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홍 교수는 “손저림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나타날 수 있지만 목 디스크부터 뇌졸중까지 다양한 질환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는 증상인 만큼 정확한 원인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면서 “원인을 모른 채 방치할 경우 저림 증상을 넘어 신경마비, 감각장애 등 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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