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로 촉발된 한 일 정부 갈등이 이번 주 ‘결정적 한 주’를 맞게 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데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배제 의견 수렴 시한이 24일 만료되는 등 정치적 외교적 고비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서다. 중재 열쇠를 쥔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번 주 일본과 한국을 연쇄 방문한다. 청와대는 21일 “한국 정부는 외교적 해결 입장을 밝혔고, 일본이 답할 차례”라면서 일본 정부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 정당인 공명당은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선거 대상인 지역구 124석 가운데 과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아베 정부는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한국에 대한 추가 보복성 조치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구실로 한국 정부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일본 국내 여론 수렴 시한을 24일로 못 박아 놓은 상태다. 여론 수렴이 끝나는 24일 이후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령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실행될 공산이 크다.

한·일 정부의 국제사회를 향한 외교전도 불붙을 전망이다. 한국 정부 요청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한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23~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다. 한국 정부는 이번 일반이사회에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인사를 보내 일본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의 부당성을 따질 계획이다. 일반이사회는 164개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WTO 최고위급 기구다.

볼턴 보좌관은 23일부터 1박2일간 한국을 방문한다. 청와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볼턴 보좌관을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 회동에서도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가 논의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한 만큼 일본이 대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는 사태를 외교적으로 풀어보려고 했지만 일본이 여전히 고압적이다”며 “정부는 외교적으로 풀겠다는 제스처를 계속 보내왔고, 이제는 일본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선 최근 들어 부쩍 대일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이 보복 조치를 이어가고 한 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한 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까지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예정된 청와대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다시 일본의 조치를 비판하는 입장을 낼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같은 회의에서 일본을 향해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일본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