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만민평등을 가장 알기 쉽게 표현한 속담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권리와 의무가 똑같다는 뜻이다. 만민평등과 대척점에 있는 단어를 꼽으라면 인종차별을 들 수 있다. 특정 인종에게 불이익을 주는 인종차별은 악의 근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반드시 척결해야 할 개념이다. 인종차별을 넘어 인간 말살까지 서슴지 않는 인종청소는 중대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근현대사에서 인종차별이나 인종청소의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종차별주의자였던 아돌프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은 천인공노할 범죄였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악질로 규정하고 말살정책을 폈다. 반민주·반공산·반유대주의를 내세운 나치는 유럽에 살고 있던 유대인 600만명 이상을 학살했다. 20세기 인류 최대의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발칸의 도살자’로 불리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도 히틀러에 버금가는 냉혈한이었다. 밀로셰비치는 세르비아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 내전을 초래했다. 잇따른 내전으로 3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는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 85만명을 고향에서 쫓아내는 인종청소를 주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도 전 세계의 비판을 받았다. 남아공은 사람을 4가지 인종 등급인 백인, 흑인, 유색인, 인도인으로 나누고 백인을 우대하는 인종차별정책을 썼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흑백연합정부를 수립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를 폐지했다. 관동대지진 때 학살당한 조선인과 중국인도 인종청소의 희생자로 볼 수 있다.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한 미국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방아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겼다. 트럼프가 민주당 유색 여성 하원의원 4명을 향해 “원래의 나라로 돌아가서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을 바로잡으면 어떤가”라고 공격한 것이다. 그는 백인 지지층과 자금력을 갖고 있는 유대인의 표심을 겨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 같다.

재집권을 위한 득표 수단인지는 몰라도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었다. 국민 통합과 화합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대통령의 덕목과 크게 괴리된 언사다. 정적들이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에게 태어난 슬로베니아(옛 유고슬라비아)로 돌아가라고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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