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에는 못 미쳤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개헌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자위(自衛)가 아닌 전쟁이 가능하도록 헌법 제9조를 바꾸려는 것이다. 일본 유신회 등 개헌 지지세력을 모두 합하면 개헌발의선에 4석이 부족하다. 아베 총리는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들여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선거 직후 “한국이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가 끝나면 아베 총리의 태도가 누그러질 것이란 일부 예측은 빗나갔다. 아베 총리는 선거 결과에 대해 “안정된 정치 기반 위에서 국익을 지키는 외교를 추진해 가라는 국민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내 보수층이 환호하고 있고,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고 개헌 추진 과정에서도 한국 때리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24일까지 한국을 아예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국가 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기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고, 각의를 거쳐 이달 말 법 개정안을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23~24일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도 수출규제 조치가 통상적 무역 절차라고 강변할 것이 뻔하다.

아베 총리는 협상이나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중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일 양측 요청이 있으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아베 총리는 중재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다음 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에 차질이 생길 경우 아베 총리의 책임이 크다. 아베 총리는 협상에 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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