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 소속 잠수부들이 지난 5월 춘천 의암호에서 포획한 배스와 블루길을 호수가에서 정리하고 있다. 춘천시 제공

배스와 블루길은 괴기할 정도로 큰 몸집에 토종 어종을 잡아먹는 포식자란 악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60·70년대 정부가 어민소득 증대를 위해 해외에서 들여왔던 이 외래어종들은 수많은 우리나라 강의 터줏대감이 된 재 오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두 물고기 어종 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판이다. 그러나 이 외래어종들은 비웃기라도 하듯 점점 서식처를 넓혀가고 있다. 이젠 토착어종이 돼 버린 외래어종과 상생할 방법은 없을까.

의암호와 소양호를 낀 강원도 춘천시가 외래어종 퇴치에 칼을 빼 들었다. 춘천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어업인과 낚시인을 통해 생태계 교란어종 수매사업을 벌여왔다. 지난 5년간 외래어종 114.9t을 수매했지만, 외래어종을 없애는데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춘천시가 2017년 의암호 어민들로부터 어업권을 모두 회수한 이후 외래어종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춘천시가 최근 의암호를 대상으로 외래어종 퇴치 관리용역을 시행한 결과 상황은 더 심각했다. 지난 5월 한국생태계교란어종 퇴치관리협회에 의뢰해 실시한 용역에서 의암호에 서식하는 어종 중 군락의 가장 최상층인 우점종은 블루길이며, 그다음을 차지하는 아우점종은 배스로 나타났다.

배스는 먹이인 토종물고기가 감소하자 자신들의 치어까지 사냥하는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생태계교란어종 퇴치관리협회는 보고서에서 “배스가 자신의 치어를 사냥하는 것은 이미 토종물고기의 개체 수가 급감해 호수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이 무너진 것”이라며 “조사 기간 다슬기를 사냥한 배스를 포획했는데 배스가 다슬기를 사냥할 정도라면 배스가 선호하는 어종의 유어나 치어가 전멸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배스와 블루길 포회에 나선 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 소속 회원들. 춘천시 제공

전국 지자체들이 많은 예산을 들여 외래어종 퇴치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거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준이다. 강원도는 2003년 화천에서 배스를 처음 수매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춘천과 화천 양구 인제 원주 등 5개 시 군에서 생태계 교란 어종 수매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매 어종은 춘천호와 소양호, 의암호, 파로호, 섬강 등지에 서식하는 배스와 블루길 누치 강준치 끄리 등 5종류다. 수매가격은 1kg당 5000원이다. 지금까지 17년간 수매한 고기는 모두 465t에 달한다. 올해는 4억8500만원을 투입해 97t을 수매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하천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키는 배스와 블루길 등의 개체 수를 줄이고, 토종어류를 잡지 못해 수익이 줄어든 어민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이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퇴치에 올인하기 보다는 어묵을 만들거나, 낚시를 통해 외래어종을 산업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외래어종을 완전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배스와 블루길이 국내에 들어온 무렵 함께 들어온 외래어종이 더 있다. 무지개송어와 향어, 역돔, 떡붕어다. 1965년 국내에 들어온 무지개송어는 강원도 평창에서 양식에 성공하며 대중에게 사랑받는 횟감으로 떠올랐다. 한때 발암성 소독약인 말라카이트그린 파동을 겪으면서 소외당하기도 했지만 2008년부터 평창송어축제 등 겨울 축제에 등장하면서 겨울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 됐다. 또한 역돔과 향어, 떡붕어도 식용이나 낚시 대상 어종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배스와 블루길도 충분히 대중에게 친근한 어종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일부 지자체들은 단순한 퇴치에 그치지 않고 낚시대회를 통해 관광 자원화하고 있다. 화천군은 2007년부터 배스 낚시대회를 열고 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배스도 퇴치하고, 낚시인들을 끌어모아 지역경제에 보탬을 주기 위해서다. 이 대회는 매년 700여명의 낚시인이 참여하고 있다. 화천군 관계자는 “대회를 통해 낚시 저변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외래어종인 배스 퇴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화천 북한강 일원에서 열린 ‘화천평화배 2018 배스 낚시페스티벌’ 모습. 화천군 제공

충북 충주호에선 올해로 3년째 충주시장배 전국 배스 낚시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5월에 열린 대회에는 500여명의 선수가 참여해 경기를 펼쳤다. 충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열린 배스 낚시대회에 참가했던 낚시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동력 보트 낚시인의 경우 1회 출조 시 1인당 평균 43만원, 워킹 낚시인의 경우 평균 4만원을 현지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주시 관계자는 “충주가 보유한 천혜의 수자원을 관광 자원화하고 낚시산업을 이용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도 낚시대회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래어종을 농사용 친환경 유기액비로 만드는 기술도 개발됐다. 경기도 양평군농업기술센터는 지난달 생태교란종을 활용한 유기액비 생산플랜트를 지평면, 양동면에 이어 양서농협, 용문농협, 양평농협 등 8곳에 설치했다. 기존에 미생물과 물고기를 이용한 액비 제조는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로 인해 인근 주민에게 불편을 줬지만, 이 제조시설은 악취저감 설비가 부착돼 악취 발생을 저감하고 발효 기간을 단축하게 됐다. 양평군 관계자는 “유해 어종 수매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어민소득을 올리는 동시에 친환경 농업인들에게 유기액비 무상 공급을 통해 농자재 비용을 절감하는 등 1석 3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완전 퇴치보다 지속적 관리가 중요… 식용 활용도 방법”
이완옥 전남대 교수



“한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종은 절대 완전 퇴치가 불가능합니다. 이젠 유해 어종을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정책의 방향전환이 필요합니다.”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 이완옥(61·사진)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배스와 블루길 등 생태계 위해 외래종의 퇴치와 활용방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번 생태계에 들어와서 적응한 생물은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완전히 절멸하지 않는다”며 “이미 미국, 일본 등 환경 선진국에서도 막대한 비용은 계속 지불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퇴치나 박멸과 같은 불가능한 구호보다 지속적인 관리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적은 비용으로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에는 퇴치를 위한 수매 등과 같이 지속적으로 세금이 들어가는 방법보다 낚시인들을 유치하여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며 “배스 자원감소를 위해서는 원서식지인 북미(미국 오대호 주변)와 같이 게임피쉬(루어낚시)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스와 블루길 자원감소를 위해 식용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배스의 영양성분은 민물고기 중 고단백과 저지방으로 알려진 고가의 쏘가리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고, 메기나 붕어 등 다른 민물고기에서 발견되지 않는 항산화 활성이 있는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며 “배스의 활용은 식용으로 이미지 개선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묵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 식용으로 이용한다면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자원으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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