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큰 생명체, 고래. 최인호는 “신화처럼 숨 쉰다”고 고래를 노래했다. 그의 소설 ‘고래사냥’ 속 고래는 암울한 시대에 방황하는 청년들의 삶의 희망을 상징하는 신화다. 청년들은 고단한 몸을 삼등 완행열차에 싣고 동해로 동해로 떠난다. 고래 잡으러….

동해는 고래의 바다다. 국보 285호 울산 반구대암각화에 7000년 전 신석기인의 고래잡이 모습이 새겨져 있고, 국내 포경산업의 중심지가 울산 장생포였던 게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고래잡이 모습을 볼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원국으로서 상업포경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대신 울산은 고래 생태관광 중심지로 우뚝 섰다. 굳이 고래를 잡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고래는 멸종위기종으로, 전 세계 100여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래는 대형 9종, 중형 13종, 돌고래 13종 총 35종이다(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자료).

그동안 IWC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상업포경을 해온 나라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두 나라였다. 여기에 최근 일본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무릅쓰고 가세했다. 일본은 IWC를 탈퇴하고 31년 만에 상업포경을 재개한 첫날(7월 1일) 밍크고래 두 마리를 사냥했다. 지금까지 ‘과학적 연구 목적’이란 명분으로 수많은 고래를 잡았던 일본이 이제 그 가면마저 벗어던졌다. IWC는 보호 노력에도 고래 남획이 계속되자 1982년 총회에서 상업포경 일시 중지를 결정했고, 지난해 9월 열린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 총회에서 고래의 영구 보호를 결정한 ‘플로리아노폴리스 선언’을 채택했다. 일본은 이때 IWC 탈퇴를 결심한다.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 규범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게 아베정부다.

전통, 일본이 상업포경을 재개하며 내세운 명분이다. 예부터 고래를 식재료로 이용했고, 고래잡이를 통해 각 지역사회가 유지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의 고래고기 소비량(2015년 기준)은 1인당 30g으로 전체 육류 소비량의 0.1%에 불과하다. 1962년에 비해서는 무려 99% 감소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내세운 상업포경 재개 명분이 사실상 말장난이라는 얘기다. 아베 신조 총리는 우리나라에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며 말 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 상업포경과 경제 보복, 말 안되고 궁색하기는 매한가지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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