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세계 통상규범에 위배되는지를 따질 세계무역기구(WTO) 회의가 시작됐다. ‘포성 없는 전쟁’, 국제 통상 회의에서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는 온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2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 임하는 우리의 논리는 이미 여러 차례 국제사회에 전달됐다. 아베 정부가 지난 4일 단행한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강제징용 판결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지 않고 경제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점, 이런 조치는 자유로운 교역을 지향하고 일방적 무역 규제를 배격하는 WTO 정신과 관련 규정에 위배된다는 요지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일본 정부 인사들이 수차례 이번 조치의 배경이 사실상 정치 문제임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해외 언론들이 일본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고, 심지어 일본 언론들도 자국의 조치가 과도함을 지적해 왔다.

WTO의 최고결정기구는 2년마다 열리는 각료회의이고, 이번 의제도 곧바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는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이 회의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자유무역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국제적 분업을 저해할 것이라는 점을 164개 WTO 회원국에 인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제사회의 여론이 형성되면 일본 정부에는 적잖은 압박이 될 것이다. 정부가 외교적 해결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동시에 공식적인 국제 절차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WTO 정식 제소 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WTO의 무역분쟁 판정 기구가 무력화돼 있고 최종 판정까지 최장 4년이 걸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제소 절차를 통해 국제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고 무엇보다 일본이 유사한 조치를 반복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수석대표로 파견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그는 WTO 세이프가드위원회 의장 등을 지낸 통상 전문가로 지난 4월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깜짝 승소’를 이끌어냈다. 이번 회의에서도 갑갑한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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