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에서 유화적 메시지 나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모두 외교적 타협의 길로 나아가기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 국가)에서 배제하는 일본 정부의 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돌파구를 찾기 위한 한·일 간 외교적 교섭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카운터파트인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보안국장 간 접촉 창구조차 작동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의 노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무기로 해 미국의 개입 끌어내기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한 국제 여론전 등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강 대 강’으로만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수의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이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 한국이 ‘1+1+α’안(소송 피해자는 한·일 기업, 나머지 피해자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가져오면 타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청와대도 ‘1+1+α’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가 제시한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1+1+α’안 수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다음날 청와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물론 한국에 대한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외무성의 의견에 귀 기울일지도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베 총리도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국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청와대가 ‘1+1+α’안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 데는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일부 참모의 의견이 작용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실로 우려할 만하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어느 정도의 폭과 강도로 실행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겪을 공급 지연과 조달 비용 상승은 불을 보듯 환하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 기계 및 전자산업은 연간 200억 달러의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첨단 소재와 부품이 조달되지 못하면 산업구조 전환의 적기를 놓쳐 4차 산업혁명 전쟁에서 영구히 낙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공격에 너무 겁낼 필요 없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청와대의 분위기는 산업계의 기류와도 판이하게 낙관론에 빠져 있는 듯하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번 외교적 타협의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이는 아베 총리도 마찬가지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