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영 교수

국내 연구진이 치매를 유발하는 뇌 속 노폐물의 배출 경로를 세계에서 최초로 규명했다. 이 배출 경로는 노화에 따라 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물을 개발하면 치매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고규영(카이스트 특훈교수) 단장 연구팀이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유발하는 뇌 속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경로를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25일 게재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뇌 아래쪽에 위치한 ‘뇌막 림프관’이다. 이 기관은 150년 전 발견됐지만 정확한 구조와 기능, 노화와 관련된 역할에 관해 논란이 지속돼 왔다. 뇌막 림프관은 딱딱한 머리뼈 속에서 다른 혈관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확히 관측하기도 쉽지 않았다.

박성홍 교수

박성홍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 공학과 교수 등이 포함된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 기관의 기능을 밝혀냈다. 생쥐의 뇌와 뇌척수액에 형광물질을 주입하고 실험한 결과 뇌척수액이 뇌막 림프관을 통해 중추신경계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뇌척수액은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과 같은 뇌의 노폐물을 담고 있다.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에 축적되면 기억력 등 뇌 인지 기능이 낮아지고 치매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뇌막 림프관의 배출 기능이 떨어지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커진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노화가 뇌막 림프관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노화가 진행된 생쥐로 실험한 결과 노화에 따라 뇌막 림프관이 비정상적으로 붓고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확인했다. 뇌막 림프관의 배출 기능을 향상시키는 치료제를 개발하면 뇌의 노폐물이 원활하게 배출돼 치매를 예방하거나 고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의 정확한 위치와 기능은 물론 노화에 따른 변화를 규명한 것”이라며 “앞으로 치매를 포함한 퇴행성 뇌 질환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