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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태원준] 부동산과 대학입시

집값 불안은 과연 투기세력 때문이고, 입시 경쟁은 정말 자사고·특목고 탓일까…


가난했던 시절 한국인에게 집과 대학은 누구나 설정하는 인생 목표였다. 내 집을 가지려는 사람보다 집이 턱없이 부족해 집값은 수시로 폭등했고, 수험생이 입학정원보다 너무 많아서 입시는 바늘구멍이었다. 조금은 넉넉해진 지금.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대학이 문을 닫을 만큼 학생이 줄었는데,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입시는 더 치열해져서 문제가 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무색한 두 현상에 처방을 내리려면 원인부터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정부는 집값 폭등은 투기세력에서, 입시 경쟁은 자율형사립고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래서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들었고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이것은 정답일까.

1인당 소득 3만 달러가 된 지금의 주택 수요는 1만 달러 시대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전에는 ‘내 집’이 목표였지만 요즘은 ‘내가 원하는 집’을 가지려 한다. 도심 역세권에서 출퇴근하려는 사람에게 변두리 산자락 아파트는 아무리 쾌적해도 의미가 없고, 대치동 학원에 자녀를 보내려는 부모가 경기도의 새 아파트로 냉큼 이사할 리도 없다. 실거주 수요와 투자 수요의 경계는 더 모호해졌다. 자산의 대부분을 집에 투입하는 가계 재무구조상 투자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실거주 수요란 애당초 존재하기 어려운데, 집의 절대수량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어느 집을 사서 살든 투자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잘 골라 사야 둘을 병행할 수 있다. 요즘 집값 상승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것은 이처럼 주택 수요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달라진 결과다. 이런 욕구를 정부는 다 투기로 간주해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대출을 막고 재건축을 누르고 이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려 한다. 8·3 대책 1년 만에 집값이 폭등해 9·13 대책을, 또 1년 만에 들썩여 새 규제를 꺼내는 현실은 정책이 집값 불안의 원인과 동떨어졌다는 반증이다.

내년부터 대학 입학정원과 고교 졸업생 수의 역전현상이 발생하는데, 입시 교육이 조금도 바뀌지 않은 건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서 그렇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괜찮은 일자리가 생겼지만 저성장이 고착된 지금은 몇몇 명문 대학, 일부 인기 학과를 나와야 그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경제구조가 대학의 서열을 더 첨예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고등학교에 전이돼 고교 서열화와 입시 경쟁을 심화시켰다. 자사고가 입시교육을 해서 그리 됐다는 진단은 인과관계를 완전히 거꾸로 본 것이다. 자사고를 없애면 서열과 경쟁이 완화될까. 명문대 인기 학과의 효용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그곳에 진학하려는 수요는 굳건할 테고, 그 진학률로 새 고교 서열이 매겨질 테니, 그 서열의 앞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고교마다 입시교육에 열을 올릴 것이다.

최저임금 등 정부의 여러 정책이 선한 의지에서 나왔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과 고교 정책은 원인 진단의 오류가 너무 명확해서 과연 그런가 싶다. 그냥 표가 많은 쪽을 향해 정책을 만든 것은 아닌지….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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