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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임성수] 가는 조국, 오는 조국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일본의 수출 보복 이후 ‘죽창가’ ‘애국 대 이적’ 등으로 연일 페이스북에 기염을 토할 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조 수석이 떠나면 청와대 스피커가 사라지는 셈인데, 대체할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다.” 언론들이 조 수석의 ‘페이스북 정치’가 ‘친일 대 반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법무 참모 본업에서 벗어난 훈계라고 지적할 때도 청와대 여론은 달랐던 모양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시한 많은 참모들이 SNS에서 활발하게 국정 홍보를 하지만 조 수석만큼 대중의 귀에 꽂히는 스피커는 없다는 것이다. 조 수석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전적인 신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대통령의 페르소나, 왕수석 등 온갖 수식어를 달고 다닌 조 수석이 청와대를 떠난다. 아주 잠깐 이별이다. 다음 달 초로 예정된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돌아오는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남아있긴 하지만, 상임위원장 자리로 집안싸움이나 하는 자유한국당이 ‘조국 장관’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없어 보인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했던 조 수석은 아마 몇 주 뒤 조 장관이 돼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될 것 같다. 문재인정부 최고 실세 장관의 탄생이 임박했다.

야당이 막진 못하더라도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비서가 곧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다는 지적에 맞설 논리도 궁색하다. 민주당 스스로가 2011년 이명박정부 당시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직행에 대해 “초유의 일”이라며 비판했기 때문이다.

겨우 위안거리를 찾아본다면 조 수석의 법무부 장관행이 ‘힘 있는 내각’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정부가 2017년 처음 출범할 때 반짝 유행했던 말이 ‘책임장관제’였다. 장관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도 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통해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집권 중반기를 지난 지금 현 정부가 책임장관제를 안착시켰다고 볼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수출 규제 조치로 연일 한국을 도발할 때 전면에 나선 것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아니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다. 이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검찰 개혁’의 상징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청와대 조 수석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며 총리의 지적을 받은 사람은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이었다.

문재인정부의 장관들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후보자로 지명될 때였다. 공무원은 언제 갈릴지 모르는 장관이 아니라 청와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측근은 청와대에 있고, 전문가·관료·의원 그룹이 내각에 배치되는 정치 문화를 감안하면 이런 상황은 필연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임 장관을 말했던 청와대라면 이전 청와대와 달라야 한다. 조 수석이 장관에 임명되면 청와대 참모들에게 쏠렸던 힘이 내각으로 돌아오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왜 힘 있는 책임 장관이 필요한가.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청와대 정부’라도 세상만사를 다 청와대가 끌고 갈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이낙연 총리와의 ‘투톱 외교’를 강조했다. “정상외교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통령 혼자서는 다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다. 자고 일어나면 일본이, 이튿날엔 러시아가 도발하는 상황이다. 특히나 이 정부에서는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등 외교 문제가 급박하게 흘러간다.

내치도 다르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수많은 분야의 갈등과 문제들을 대통령 혼자서는 다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권한과 책임을 가진 강력한 장관이 필요한 것은 그래서다.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는 청와대가 중심이 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내치에서만큼은 ‘강력한 장관’이 필요하다. 대통령과도 계급장을 떼고 토론할 수 있는 장관을 보고 싶다.

임성수 정치부 차장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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