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새 총리 보리스 존슨은 신문기자부터 의원, 런던시장, 외교장관을 거치며 기이한 일화를 양산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놀라운 것이 많은데 2016년 ‘브렉시트 칼럼’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유럽연합에서 탈퇴할지 잔류할지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석 달 앞두고 존슨은 일간지에 ‘탈퇴에 투표하라’는 칼럼을 썼다. 이 글로 브렉시트 찬성을 선언하며 하루아침에 탈퇴 진영의 리더로 떠올랐다. 그와 옥스퍼드대 동창인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는 뒤통수를 맞았다. 캐머런은 칼럼이 실릴 때까지도 존슨을 보수당 잔류파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후 런던 정가에 소문이 퍼졌다. 존슨이 ‘잔류에 투표하라’는 칼럼도 써놨다는 얘기였다. 탈퇴와 잔류 버전을 함께 준비해 저울질하다 막판에 탈퇴 칼럼을 전송했다는 것이다. 어느 편에 설까 재느라 두 칼럼을 주변에 보여준 듯하다. “잔류 버전을 봤는데 탈퇴 버전보다 논리가 탄탄하더라”는 지인의 말이 회자됐다. 진위를 추궁하는 언론의 질문 공세를 피해가던 존슨은 투표 전날 잔류 칼럼의 존재를 시인했다. “그의 소신은 탈퇴도, 잔류도 아닌 총리가 되는 것”이란 비판이 일어서 국민투표 후 총리 불출마 선언을 해야 했다. 그래도 3년 뒤 결국 총리가 됐으니 브렉시트 베팅은 성공한 셈이다.

존슨은 버락 오바마를 향해 “부분적으로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인”이라 비꼰 것을 비롯해서 숱한 막말을 남겼다. 외교장관 시절 “각국 지도자에게 했던 막말을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러려면 ‘글로벌 사과 일정’을 짜야 하는데 너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슬람 전통의상 차림의 여성을 가리켜 “우체통” 같다고 한 인종차별 발언, 결혼과 이혼과 불륜과 성추문이 반복된 사생활 논란, 기자 시절 과장과 거짓 코멘트를 기사에 듬뿍 담아서 해고됐던 전력 등은 그에게 총리가 되자마자 ‘영국판 트럼프’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가디언은 “존슨이 트럼프와 얼마나 똑같은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썼고, AP통신은 둘의 차이점을 찾다가 “똑같이 금발이지만 트럼프는 엄청 공들인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반면 존슨은 정말 자다 일어난 머리”라고 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지도자상(像)과 거리가 먼 인물임은 분명하다. 취임 직후 “10월 31일 무조건 브렉시트”를 공언했다. 기존 상식에서 벗어난 브렉시트이니 상식 밖의 지도자가 완결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아무튼 세상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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