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주선애 (36) ‘새생활 체험학교’로 탈북자들 남한 생활 적응 도와

황장엽 선생 통해 탈북자들 고충 알게 돼 하나원 찾아 정보 제공하고 삶의 방향 잡도록 지원

주선애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앞줄 왼쪽 네 번째)가 2010년 ‘새생활 체험학교’ 프로그램에 참석한 탈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장엽 선생님 사무실에 다니면서 탈북자들을 만나다 보니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탈북자들은 생활비와 주거는 정부에서 지원받지만, 생활 방법이나 언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삶의 길이 되시는 예수님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한에 와서 새로운 삶을 꿈꿔본다는 의미에서 그 프로그램의 이름을 새생활체험학교라고 지었다. 공동생활을 통해 그들이 한층 성숙해지고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네 가지 목표도 세웠다. 첫째로 탈북자 복음화, 둘째로 탈북자 한국사회 정착 지원, 셋째로 하나님 사랑으로 복지 지원, 넷째로 통일한국을 향한 북한 교회와 사회의 일꾼 양성이다.

한 달에 한 번 주일에 400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떡을 만들어 하나원(탈북자들의 사회정착을 돕는 통일부 산하 기관)을 찾아갔다. 담당 목사님과 함께 예배드리고 하나원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새생활체험학교에 관한 정보를 주면서 탈북자종합회관을 스스로 찾아오도록 권했다. 동원에만 익숙한 북한에서의 습관 때문에 스스로 찾아온다는 건 탈북자들에게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쉽지 않았을 걸음을 내디디고 종합회관을 찾아온 탈북자들에게 남한 사회를 배우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 살아가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 자신이 남한생활을 다양하게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탈북자들을 인솔해 남한의 여러 곳을 다녔다.

새생활체험학교는 환영예배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예배는 처음 겪어 보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면서 배우고자 하는 의욕을 북돋우는 데 목적이 있었다. 성별, 나이별로 두세 명씩 조를 나눠 도우미들에게 한 조씩 맡겼다. 탈북자 선배와의 만남 시간도 가졌다. 이 시간이 끝날 무렵이면 질문도 많았다. 특별 면담 요청도 했다.

‘밥퍼’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님이 사역하는 다일공동체에 가서는 남한에도 노숙자가 있다는 것을 배우고, 사회주의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기독교적 분위기의 공동체를 보게 했다. 노숙자들과 같이 식사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자원봉사자가 돼 섬기는 체험을 하고 북한과는 너무 다른 무료급식소와 풍부한 음식들, 자율적 시민봉사자들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현장을 보고 느끼게 했다.

홀트아동복지관 방문은 굶어죽은 시체와 공개처형 장면을 봐온 이들에게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가 됐다. 수십 년간 누워 지내야 하는 사람, 기형아로 태어나거나 지체가 부자유한 장애인, 흉한 모습을 한 사람이라도 그리스도의 참사랑으로 정성스럽게 보조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한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를 느끼도록 했다. 사랑이 있는 곳에 참 평화가 있음을 경험하게 했다.

무료병원인 천사병원도 방문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길에 버려진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모습, 필리핀이나 캄보디아의 구순열(입술갈림증) 아동들을 시술하는 모습 등을 보면 “통일되면 북한에 가서 이런 병원을 꼭 해야 한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북한에 두고 온 동생이나 아이들 생각이 떠오르는지 북한에 돌아가 이렇게 선한 일을 하며 살자고 하는 이들이 많았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