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에 이어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출범했다. 노·사·민·정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거둔 두 번째 열매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일자리 정책 모형이다. LG화학은 2021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산업단지 내 부지 6만㎡를 무상임대하고 투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준다. 노동계와 지역사회는 요구 사항을 대폭 낮췄다. 공장이 완공되면 일자리 1000여개가 생긴다. 전통 제조업 붕괴로 쇠락해 가던 구미시가 첨단소재 생산으로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가 많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대기업 공장들이 U턴해 지방 곳곳에 상생형 일자리 사업이 확산되고 젊은이들이 북적거리게 될 것이란 희망도 생기고 있다.

구미형 일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 숨은 노력들이 많았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기대하는 투자금액과 LG화학이 생각하는 투자금액은 차이가 컸다. 지난달 체결 예정이던 협약이 한 달가량 미뤄지기도 했다.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26일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이임하면서 “광주형과 구미형 일자리를 완수하고 떠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하루 전 구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협약식이 열렸다. 정 전 수석을 포함한 3명의 수석 교체도 협약식 이후로 늦춰졌다. 정 전 수석도 총선 준비를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청와대를 나와야 했지만 구미형 일자리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협약식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수석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에 들어와 2년2개월 근무하는 동안 광주형 일자리와 구미형 일자리에 주로 매달려 왔다. 광주형 일자리 출범 과정에서 이 2개가 저절로 부서지기도 했다. 이번 구미형 일자리를 만드는 동안에는 역류성 식도염이 발병해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기도 했다. 일자리수석에 임명된 직후 “일자리가 있으면 지옥까지 가겠다”고 했던 그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의 일자리 성과를 거두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광주형·구미형 일자리 때문에 행복하게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LG화학이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만으로 이렇게 큰 투자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 전 수석 등 청와대가 직접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군산, 거제 등 각 지역에도 제2, 제3의 광주형·구미형 일자리가 나오길 기대한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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