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과 재발 위험을 줄인 새 수술법으로 퇴행성 척추 후만증을 고친 78세 여성의 X선영상. 수술 후 3년까지도 펴진 허리가 유지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기존 수술법 재수술률 30∼40%… 김용찬 교수팀 새 수술법 개발
척추 연결 인대 부분절개 통해 교정 각도 커지고 재발 예방 효과


읍 단위 시골마을에서 남편과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윤모(64)씨는 7년 전 낙상으로 허리뼈가 부러져 긴급 수술을 받은 적 있다. 이후 농사일을 쉬고 안정을 취하며 간단한 집안일 정도만 하라는 의료진 권고에도 논·밭일을 마다 않다가 점점 허리가 앞으로 굽는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허리와 다리 통증이 있을 때마다 읍내 정형외과에서 약과 물리치료, 한의원의 침치료로 버텨왔다. 자식들에겐 짐이 될까 내색하지 않았다. 2년 전부터는 고개를 들기조차 힘들 정도로 허리가 꼬부라졌다. 바깥 나들이는 지팡이와 유모차에 의지해야 가능했다.

윤씨는 최근에서야 남편과 함께 서울의 대학병원을 찾았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김용찬 교수는 29일 “심하게 굽은 허리를 보는 순간, 환자가 겪어왔을 세월의 흔적과 고통이 훤히 보였다”고 말했다.

윤씨는 가슴뼈(흉추)부터 허리뼈(요추부), 엉치뼈(천추부)까지 척추 관절의 심한 퇴행성 변화로 관절 사이 추간판(디스크)이 닳고 닳아 척추 기둥이 기울어져 있었다. 앞으로 굽은 허리는 뒤로 펴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자녀들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은 지모(79) 할머니도 ‘퇴행성 척추 후만증’이 아주 심했다. 척추체(척추를 구성하는 원통형 뼈)가 납작해지고 양 옆으로 퍼져 뼈끼리 들러붙어 있었다. 고령이라 수술을 버틸 수 있을까 염려됐지만 지 할머니는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허리를 펴고 걸어서 화장실에 가보고 싶다”고 했고 자식들은 “더 일찍 병원에 모시고 오지 못해 죄송하다”며 수술을 원했다.

두 사람은 최신 수술법의 도움을 받아 노년을 괴롭힐 ‘꼬부랑 허리병’을 고치게 됐다. 이런 퇴행성 척추 후만증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활동적인 노후의 삶을 추구하는 고령 인구가 늘고 있는 영향이 크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60대 이상 퇴행성 척추 후만증 진료 환자는 지난해 4981명으로 2015년(3934명)보다 3년새 26.6% 증가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2.4배 정도 많았다. 김용찬 교수는 “예전엔 ‘아프고 불편해도 그냥 참고 살지’ 하던 노인들이 지금은 ‘허리를 펴고 살게만 해 달라’며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경향은 도시나 시골 노인을 떠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농촌 지역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부모의 허리 건강에 대한 자녀들의 관심이 커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비싼 수술비 때문에 주저하거나 포기하고 살았던 시골 노인들이 요즘은 적극 치료를 받으려는 추세다. 농촌 노인들이 전체 진료 환자의 70%를 차지한다. 여성 환자가 많은 것은 여성호르몬 탓으로 허리 근육이 약하고 골다공증이 많기 때문이다. 출산도 척추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퇴행성 척추 후만증은 나이 들면서 허리가 앞으로 구부러져 등이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허리뼈의 디스크가 변성되고 허리를 뒤로 젖히는 근육(요추 신전근)이 약해져 점점 앞으로 기우는 것이다. 오랫동안 쪼그리고 앉아 농사일을 하거나 허리를 굽히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심한 퇴행성 척추 후만증의 경우 근본 치료는 수술 뿐이다. 현재 의료계에는 등 뒤쪽을 절개해 척추체의 변형된 것들을 조정하는 수술법(후방 경유 추체절골술)이 표준화돼 있다. 불안정한 척추를 고정하기 위해 금속봉과 나사못을 박아야 한다.

그런데 이 수술법의 문제는 재수술 빈도가 30~40%로 높다는 점이다. 환자 대부분이 척추뼈와 근육이 약한 노인이기 때문에 수술 후 재변형되거나 심각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수술 부위 불유합(뼈가 잘 붙지않음)도 빈번하다.

김 교수는 “워낙 뼈와 근육이 약한 연령대다 보니 수술 직후에는 결과가 좋아 허리가 펴지지만 1~3년이 지나면 재변형이 발생해 허리가 다시 굽어진다”면서 “이 경우 재수술로 이어져 환자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이런 기존 치료법의 합병증과 재발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인 새 수술법을 개발해 최근 국내외 학계에 처음 보고했다. 기존 수술법을 시행한 뒤 1주일 뒤에 한 가지 수술(전방 종인대 유리술)을 추가로 해 주는 방식이다. 척추의 앞쪽에 붙어서 척추뼈를 연결하는 인대를 부분적으로 찢어서 척추체 하나 하나가 더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허리가 펴지는 교정 각도가 더 커지고 수술 직후 얻었던 정상 허리곡선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60대 이상 환자 38명(남 4명, 여 34명)에게 이 방법을 적용해 수술 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허리가 다시 굽어지거나 뼈가 골절되는 부작용 및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올초 대한척추외과학회와 일본척추외과학회에 발표됐다. 새 수술법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본인 부담금이 1200만~1500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펴진 허리를 오래 유지하려면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하다. 3개월간 보조기 착용과 규칙적인 근육 강화 운동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수술 후 감염을 막기 위해 침이나 주사 치료를 받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 쪼그리거나 가부좌를 틀어 앉는 등의 바닥생활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걷기와 수영, 실내 자전거 타기가 권장된다. 수영은 배영과 자유영은 좋으나 관절에 압력을 주는 평영, 접영은 좋지 않다. 실내 자전거의 경우 허리를 곧게 펴도록 안장을 낮추고 진동이 많은 실외 자전거 타기는 지양해야 한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교정된 뼈가 붙는데 방해가 되므로 삼가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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