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에도 선진국 지위 압박 가능성 높아…
쌀 소득 보전직불제 손보는 등 농업정책 전환 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發) 경제 폭탄이 하나 더 떨어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에 전전긍긍하는 한국 경제에 또 걱정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나라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혜택을 누리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마련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난 2월 WTO 일반이사회에 개도국 결정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4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고소득 국가(1인당 국민총소득 1만2056달러 이상),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0.5% 이상 국가 등 하나에라도 해당하면 선진국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4가지에 모두 해당한다. 개도국 지위 쟁점이 불거지면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은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고 있어 결국 문제는 농수산물이다.

한국이 개도국에서 제외되면 쌀 등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보호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개도국일 때는 쌀, 고추, 마늘, 양파, 감귤, 인삼, 감자 등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관세감축을 하지 않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이 되면 이들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대폭적인 관세감축이 불가피하다. 예컨대 쌀 관련 품목 16개를 특별품목으로 지정하면 현행 513%의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일반품목이 되면 쌀 관세는 154%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다. 농산물 보조감축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무 차이가 상당해 농정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WTO에서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미국의 제안이 관철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과 같은 입장인 선진국들은 특정 국가를 상대로 양자 협상을 통해 개도국 졸업을 압박할 수 있다. 미국이 최근 브라질과 양자 협상을 통해 브라질의 개도국 지위 포기를 끌어낸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결국 한국의 ‘WTO 선진국 지위’는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연착륙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 원칙적으로 선진국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하되 쌀 등 소수 핵심 품목의 보호를 위해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으로라도 개도국 우대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쌀 소득 보전직불제가 발 등의 불이다. 보조금 감축이 불가피한 만큼 구체적인 농업정책의 전환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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