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주선애 (37) 내 인생의 다음 사역 ‘통일은 다가오는데…’

북방의 황폐한 땅, 죽어가는 형제들 섬기고 재건할 일꾼 역할 고민하다 탈북자들 가르쳐 인재로 키울 결심

주선애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가 2007년 탈북자 종합회관에서 새생활체험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새생활체험학교 참가자들은 금요일 저녁이면 우리 집에서 냉면과 돼지고기 파티를 하고 둘러앉아 자신이 겪은 탈북 과정과 남한 생활을 서로 얘기하며 감사 기도회를 가졌다. 모든 순서가 끝나는 날엔 중요한 결단의 시간을 가졌다. 목사님을 모시고 구원의 확신을 갖도록 말씀을 선포하고 한 사람씩 축복기도를 해 줬다. 서로 사랑의 포옹을 통해 과거 몰랐던 하나님 사랑을 전하며 새롭게 살 것을 약속하고 결단하도록 이끌어 줬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결단의 시간’까지 오는 동안 탈북자들은 눈에 띄게 자유로움이 늘었다. 북한에서 또래 친구들과 놀 때처럼 마음을 활짝 열고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탈북자들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며 수료식에 임했다. 수료식 후에도 헤어지기 싫어 한두 시간 더 머물다가 돌아갔다. 집에 가면 아무도 없고 기다리는 식구도 없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4박 5일씩 진행되는 새생활체험학교를 50여회 진행하면서 1100여명의 탈북자들이 이곳에 정착하도록 도울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하나원에 가서 탈북자들에게 학교를 소개하는 일도 빠짐없이 했다. 그간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고 느낀 것도 많았다.

한국교회가 탈북자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타국에서 온 이주민이나 조선족 노동자 정도로 여기고 대하면 서로 마음만 상해 교제가 끊기게 된다. 결국 선교는 실패로 돌아간다. 남한 성도들이 ‘탈북자는 무섭다’ ‘신뢰할 수 없다’ ‘싸우기 잘하고 불평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탈북자 사역을 할 때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탈북자들이 남한을 모르는 것 이상으로 우리 역시 북한을 모른다. 둘째, 탈북자들을 돕는 일의 기초는 얼어붙은 마음을 사랑으로 녹여주는 것이다. 셋째, 계속 인내하라. 훈련이나 교육은 오랜 세월이 걸린다. 넷째, 사랑과 온유함이 무엇인지 그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북한은 사랑이 결핍된 나라다. 다섯째, 탈북자들을 조급하게 통제하려고 하지 말라. 그들은 통제 때문에 병든 사람이다. 여섯째, 사람을 급히 판단하지 말라.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을까를 생각하라. 일곱째, 서운해하지 말라. 원래 말이 거칠고 윗사람들에게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이다. 여덟째, 금전 거래만은 금물이다. 아홉째, ‘평생 거지’를 만들지 말라. 계속 도와주기보다는 자립하도록 도우라. 열째, 기독교인의 삶의 양식과 태도를 보여 주되 가르치려 하지 말라. 이같이 한다면 탈북자들이 남한에서의 삶에 더욱 높은 가치를 둘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2010년 연말에 내 임기는 모두 끝났다. 내 인생의 다음 단계는 쉬는 것일지 아니면 또 다른 사역으로 인도하실지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하던 중에 깨달음이 왔다. ‘통일은 다가오는데 저 북방의 황폐한 땅, 죽어가는 우리 형제들을 섬기고 재건할 일꾼은 누구일까.’ 탈북자들과 같이 지내면서 나는 그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그들과 생활을 나누면서 하나님께서 내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셨다. 북한 선교와 교육, 행정 등 북한을 재건하는 역할은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 그들의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 북한 재건을 위한 인재를 키우자.’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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