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재 총영사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은 일본에 있는 8개 총영사관 중 한 곳에서 발생했다. 당사자는 조사를 위해 현재 귀국한 상태다. 이는 일본의 우리 공관 가운데 한 곳의 업무가 마비됐음을 뜻한다. 업무 특성상 그 공관에 국한된 문제일 리가 없다. 그 총영사의 업무 전반에 다른 비위가 없는지 따져야 하고, 다른 영사관에는 그런 일이 없는지 살펴야 하며, 대사관의 관리 업무는 적정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하필이면 일본과 무역분쟁이 벌어진 시점에 이런 일이 터졌다. 대일 외교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우리 공관은 내부 문제로 제 기능을 못할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황당한 일이다.

씁쓸하게도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지난 5월 주미 대사관 간부가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를 받기 위해 본국으로 소환됐고 대사관은 업무 전반에 걸쳐 장기간 고강도 감사를 받았다. 그 와중에 일본의 경제 보복이 불거져 미국의 중재 역할이 첨예한 이슈가 됐는데, 일본이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워싱턴 정·관계를 훑고 다니는 동안 감사를 받느라 공관 기능이 위축된 우리 대사관은 속수무책이었다. 외교 일선의 기강 해이와 그에 따른 비위는 이처럼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파장을 부른다. 일본 총영사의 성추행 파문도 다르지 않다. 공교롭게 한·일 갈등 상황에서 문제가 터졌다는 시각은 맞지 않는다. 그런 문제가 애당초 있어선 안 될 만큼 외교무대는 항상 지뢰밭이다.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총영사는 지뢰밭에서 위험한 불장난을 한 셈이고, 그런 위험 요소를 미리 차단했어야 할 외교부의 관리 기능은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외교 부문의 기강 문제는 문재인정부 들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주베트남 대사와 주말레이시아 대사의 갑질, 주몽골 대사의 비자 브로커 유착 의혹, 구겨진 태극기 사건, 외교 결례 상황의 빈발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성 비위 사건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개선된 모습을 체감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바로잡아야 한다. 외교관의 자질 문제인지, 외교부의 고질적 병폐인지, ‘청와대 정부’의 외교부 홀대에 원인(遠因)이 있는 건 아닌지 따져서 서둘러 정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이 맞닥뜨린 난제 가운데 외교 문제가 아닌 것이 없다. 북핵이 그렇고, 일본이 그렇고, 경제와 안보에 모두 직결된 대미, 대중 관계가 또 그렇다. 외교부를 어설픈 상태로 방치할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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