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기존 질서 빠르게 해체되는데 한국만 낡은 틀에 안주
더 튼튼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부국강병 치열하게 추진해야
종북·친북서 반일·친일까지 정치권은 국민 분열 멈춰라


돌아가는 정세가 불안하다. 북한은 대놓고 우리를 위협하고 무시한다. 일본은 제재의 칼을 빼 들고 중·러는 국경을 넘보고 훈계하며 우리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더하다. 빙산의 일각이 나타났다. 2차대전 후 70년 이상 역내 국가들은 불균등 성장을 해왔고 힘의 균형이 변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힘을 바탕으로 패권을 추구하며 미국과 대결하고, 일본도 힘으로 그러한 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며 러시아는 과거의 영광을 과시하며 동방으로 진출한다. 핵무장한 북한의 힘은 한반도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미국은 세계경찰이 아닌 선택적 개입으로 전략을 바꾸는 것 같다. 기존 질서의 판이 흔들리고 새로운 체제를 구축해 가는 과정이다. 우리에게는 냉전시기의 안정도 탈냉전시대의 호시절도 다 지나갔다. 우리는 지금 지난날의 낡은 프레임에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다. 잘못하면 한반도는 질서재편 과정에서 제국들이 맞붙는 회색지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는 부국강병을 치열하게 추구해야 한다. 힘이 없으면 행동반경이 제약되고 발언권은 없어지며 비우호국들이 간섭한다. 지금 우리 모습을 비춰보라. 부국강병의 왕도는 선진국의 길을 가고 선진국과 연합하는 것이다. 한국은 2차대전 후 신생국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선진국에 진입했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개방체제 등 선진국의 가치와 제도, 학문과 과학기술, 문물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반을 강화하고 경제력을 더 키우며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력을 약화시키는 어떠한 것도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신생국들이 사회주의를 채택했지만 그 나라들은 망했거나 아직도 가난하고 혼란스럽다. 사회주의는 나라가 인민생활을 책임지고 인간해방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것은 자유를 말살하고 가난과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 주변에 북한을 포함해서 우리보다 군사력이 약한 나라는 없다. 우리가 군사력을 키우는데 주변국 눈치를 살피고 간섭받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안보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 주변 나라들이 두려워할 군사력을 가져야 발언권이 생긴다.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흔들리는 동북아의 판 위에서 우리의 생존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주변 나라들은 모두 제국주의를 했던 나라들이다. 한반도가 중립국이나 완충지대가 되는 것은 주변 강국의 무력개입을 자극한다. 현실주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이 필요하다.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핵미사일이다. 북한 핵을 해결할 힘도 이를 막을 힘도 미국이 가지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무임승차가 아니다. 미국도 국익에 도움이 돼야 동맹을 유지할 것이다. 우리는 자강력을 강화해 동맹의 파트너로서 위상을 제고하고, 미국의 전략구상에 협조해야 한다. 구한 말과 같은 바보스러운 선택은 하지 말자. 그것은 망국과 노예의 길이었다.

국민적 단결을 공고히 하자. 국민이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을 비난하며 적대하고 있다. 지금 나라 안에서 경멸과 비하, 분노와 증오가 들끓고 있다. 주변정세가 소용돌이치는데 이러한 분열상은 망국의 지름길이다. 고전에 이르기를 나라는 스스로 토벌된 뒤에야 남이 그 나라를 토벌한다고 했다. 국가의 분열을 이대로 두고 볼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이 모양만으로도 분열이 많이 완화될 것이다.

정치권은 국민분열을 선동하지 말라.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선량한 국민을 토착왜구·친일파라 하여 일본에 팔아먹고, 종북·친북이라 하여 북한에 팔아먹는 광기가 판치고 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졌다고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독선이며, 다원주의를 부정하며 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잃어버린 10년’이나 ‘잘못된 10년’이라고 상대를 모욕하는 것도 유치한 정쟁이다. 그 10년들이 모두 대한민국의 역사이고 국민이 만든 역사이다. 이를 쓰레기더미 다루듯 하면서 무슨 국사를 논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때마다 할 일을 한 것이다. 세상일이 어떻게 다 자기 마음에 들 수 있겠는가.

우리는 상황이 어렵더라도 통일의지를 강하게 표명해야 한다. 지금 통일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고 통일을 주장하는 것이 한가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한민족의 장래 운명이 천양지차로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통일의 권리를 주장하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남북한 주민이 하나의 민족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하자. 하나의 민족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통일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통일의 기회가 온다. 동북아 정세가 크게 흔들리는 과정에서 그것이 언제라도 올 수 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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