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3개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에 나선 후 국내에서 소재·부품 국산화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이 다음 달 초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추가 조치를 단행할 경우 영향을 받는 제품은 1100여개 품목으로 늘어나게 된다.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수출품의 부품을 상당 부분 일본에 의존해 온 우리 경제에 커다란 악재가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제 분업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문제가 없지만 돌발 요인에 의해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일깨워 줬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키우지 않아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아졌다’, 대기업에서는 ‘국산은 품질이 떨어져 사용하기 어렵다’는 발언이 나왔다. 동떨어진 진단이지만 둘 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국내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소홀했던 정부도, 국내 소재·부품 기업과의 협업 체계 구축을 외면해 온 대기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와 업계는 이제부터라도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소재·부품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국내외 판로 확보 지원, 불필요한 규제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제품화하지 못했던 사례를 분석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고질적인 전속거래 관행에도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독점거래 강요, 단가 깎기, 기술 탈취 등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 중장기 투자를 유인해 내기 어렵다. 국산화가 어려운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처 다변화를 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장기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협력 체계 구축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제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어서 안정적인 국내 소재·부품 조달처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게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가 일깨워 준 교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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