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경기도 평택시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솔부엉이가 한쪽 눈에 시퍼런 멍이 든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는 전날 수원 도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유리창 충돌로 발견됐다. 충출혈과 각막에 궤양이 생기는 소견이 있고 동공 반사가 거의 없었다. 국립생태원이 환경부에 제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방지 대책수립’ 연구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유리창 충돌로 하루 2만 마리, 연간 800만 마리의 새들이 투명 유리창과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한다.

인간에게는 미관, 새들에게는 무덤이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취재를 위해 전남 경북 충남 경기도의 도로를 전전했다. 투명 방음벽이 설치된 도로는 사체를 묻지 않는 공동묘지 같았다. 방음벽 앞마다 1마리, 많게는 6마리의 새들이 쓰러져 있었다. 처음엔 깜짝 놀라 셔터를 눌렀지만 취재가 계속될수록 죽음은 무덤덤해졌다.

지난 5월과 6월 조류 유리창 충돌 취재를 위해 생태수도를 표방하는 전남 순천만국가정원 내 국제습지센터를 찾았다. 국제습지센터와 야생동물원의 입구가 만나는 통로처럼 길게 뻗은 센터의 2층 유리창에서 새가 충돌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방문시마다 같은 자리에서 머물렀다. 첫날에는 3시간 동안 3회,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4시간 동안 4회의 충돌을 목격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하루 2만 마리의 새가 건물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희생되고 있다. 1년이면 800만 마리가 이렇게 죽는다. 야생조류는 투명한 유리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자연환경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새들의 눈이 대개 머리 측면에 위치하는 것도 버드 스트라이크의 이유다. 전방 거리 감각이 떨어져 구조물에 부딪히는 것이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신기리 29번 국도에 길게 뻗은 투명 방음벽에 조류의 충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야생 조류의 유리창 충돌은 솔부엉이와 새매 등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과 멧비둘기 참새 등 따로 종의 구분을 두지 않고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야생동물 생태분야 전문가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부장은 “새들이 토마토나 돌이었다면 문제는 이미 해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토라면 낭자한 피처럼 흔적을 남겼을 것이고, 돌이라면 수많은 유리창을 깨뜨려 인간의 주의를 끌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도로에 쓰러진 새들은 깔끔하게 치워졌고, 연약한 몸은 유리창에 겨우 날갯짓만 남겼다. 김 부장은 “새들은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 죽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1일 전북 익산시 오산면 영만리에서 함열읍 다송리에 이르는 국도 23호선 황등-오산 자동차 전용도로 곳곳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 밑으로 유리창 충돌로 죽은 멧비둘기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투명 방음벽이 설치된 도로는 사체를 묻지 않는 공동묘지 같았다.

인간은 생태계의 질서를 배워왔다. 누구 하나만 특별할 수 없고 누구 하나만 영속할 수 없는 환경은 조화를 통해 유지된다. 인류의 발전은 이 같은 생태계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거울 같은 유리로 감싸진 마천루, 풍경을 방해하지 않는 투명 방음벽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다만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나 보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들은 도처에 도사린 죽음의 벽에 부딪혀 죽어 가고 있다.

사진·글=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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