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내 방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교 때였다. 새로 이사를 가게 된 주택은 이층집이었다. 아래층에는 안방과 주방이, 이층에는 방이 세 개 있던 구조였다. 이사 가기 전 집을 구경하러 갔는데 이층의 방 중 하나를 내 방으로 쓰라는 말에 뛸 듯이 기뻤던 기억이 있다. 나만의 공간이 없어진 건 결혼하고 나서부터였다. 몇 번의 이사를 하고 난 후 서재가 생겼지만, 서재도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쌍둥이를 낳은 후 몇 년 동안 서재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잤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그때부터 따로 잠을 자기 시작했다.

2년 전 큰 애가 학교 앞으로 방을 얻어나가 독립을 하게 된 후 자연스럽게 그 방을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내 삶에 생긴 큰 변화였다. 방이 있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의미한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시간도 늘어났다. 밤마다 글을 쓰는 시간도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 주로 글 쓰는 장소는 식탁 위였다. 밥을 먹을 때는 당연히 모든 걸 치워야 했다. ‘오만과 편견’의 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경우는 글을 쓸 만한 공간이 있는 집에서 살지 못했고, 가족들이 얘기를 나누던 응접실에서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은 자기만의 서재나 책상이 없이 응접실 창가에 놓인 작은 탁자 위에 아버지가 선물한 글쓰기 상자를 놓고 글을 썼다고 한다. 나만의 공간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만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두 개의 열쇠는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다.

내 공간이 생기면서 삶에 활력이 생겼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집에서도 좀 더 계획적으로 시간을 배분해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는 장소는 개인마다 각자 다양한 공간이 있을 수 있다. 카페나 도서관, 또 다른 공간일 수도 있다. 그 곳이 어디이든 자신만의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은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기쁨이 된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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