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전용 휴양시설은 캠프 데이비드다. 워싱턴DC에서 113㎞ 떨어진 메릴랜드주 북쪽 산림지대에 있다. 194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워싱턴의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한 별장으로 설립했다. 이후 대통령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곳을 애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거의 주말마다 가고, 주요한 외국 정상들을 초대해 대접하는 곳도 이곳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한 지 5개월이 지나서야 처음 캠프 데이비드를 찾았다. 트럼프는 독일 기자에게 이곳에 대해 “시골풍의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30분 지나면 싫증 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 전용 휴양지는 거제시 장목면의 저도(猪島·돼지섬)다. 섬 모양이 하늘에서 내려보면 돼지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렇게 불린다. 72년 대통령 휴양지로 공식 지정된 이후 민간인 출입과 어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저도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30일 저도를 방문해 시민 100여명과 70년대까지 저도에서 살았던 마지막 주민 윤연순 여사와 함께 해변을 산책했다. 그러면서 저도 개방 약속을 재확인했다.

대청호숫가의 청남대는 2003년 일반에 공개됐다. 이후 유일하게 남은 대통령 휴양시설이 이곳이다. 거제시민들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어로 불편을 없애기 위해 저도 대통령 별장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통령 휴양지를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이거나 사치 시설 정도로 여기는 인식도 한몫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대통령 전용시설이 청와대 외에 왜 필요하냐는 식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대통령 별장이나 휴양지는 단순히 대통령과 가족이 며칠 휴가 보내는 장소가 아니다. 대통령이 매일 결단을 요구하는 국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자연 속에서 가라앉히고 한적한 가운데 새로운 활력을 얻는 치유공간이다. 국정 협조를 받아야 할 야당이나 외국 지도자들과 가슴을 열고 어울려 타협하고 국익을 증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계룡대 근처 등 군 휴양시설에서 며칠 쉬면 되지 않나 할 게 아니다. 국민들도 인식을 바꿔야 하지만 청와대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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