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배달됐던 협박소포 사건이 기묘한 반전을 드러냈다. 소포에는 죽은 새와 흉기, 윤 의원을 ‘좌파독재 홍위병’이라 비난하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태극기 자결단’이 보냈다고 적혀 있어 극우단체 소행으로 추정했는데 정작 경찰에 검거된 발송자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간부였다. 진보단체가 진보정당을 협박한 상황이 됐다. 이를 전해들은 윤 의원이 “그게 정말이냐”고 되물었을 만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진연은 “공안세력이 사건을 조작해 대학생 단체를 탄압한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찰은 소포에 붙어 있던 송장을 통해 발송처가 서울의 편의점임을 확인했고, 그곳의 CCTV를 분석해 발송인을 찾아냈으며,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받아 검거한 터였다. 문재인정부를 좌파독재라 비난하고 정의당을 민주당 2중대로 폄하한 편지 내용은 극우단체의 평소 주장을 옮겨놓은 것이었다. 진보단체 간부가 이런 협박 메시지를 정의당에 보냈다면 극우단체의 행태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협박소포가 배달됐을 당시 정의당은 “명백한 백색테러”로 규정했다. 윤 의원은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없다”고 했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국 사회와 의회주의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검거된 용의자가 진범임이 확인될 경우 이 사건은 극우단체의 백색테러에서 진보단체의 ‘위장 협박’으로 성격이 뒤바뀌지만, 문 의장과 윤 의원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정 집단을 함정에 빠뜨려 매도하는 음모를 실행에 옮기고 의회를 공작에 이용하는 것은 명백히 반사회적 행태이며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엄중한 사태다. 대진연은 지난해 학생운동권의 여러 단체가 연합해 결성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기원하며 환영 행사를 개최하는 등 급진적 행태를 보여 왔다. 보수 진영에 극우단체가 있다면 이들은 진보 진영에서 그 대척점에 해당한다. 극우세력이 보수의 가치를 오히려 훼손하고 품격을 떨어뜨리듯이 이들도 진보 진영 내부의 적이 돼가고 있다. 이념의 극단은 칼날처럼 위험하다. 상식을 벗어난 주장과 행동이 공공연해지도록 방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수사와 처벌은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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