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날로 확산되며 세를 불려가고 있다. 관광이 그렇고, 자동차가 그렇고, 하다못해 일본산 원료가 들어갔는지 따지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보수 진영이 앞장선 것도 아니고 진보 진영이 총대를 멘 것도 아니었다. 어느 정치세력이 하자 해서 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것은 옳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 감정적 대응에 가까우며 효과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운동이 벌어진 배경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는 어떤 형태로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 외환위기를 이겨낸 동력이 그것이었고 이번 위기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었다. 팍팍한 일상에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는 몸짓이 큰 물결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국민의 수준보다 늘 몇 걸음 뒤져 있는 한국 정치는 이번에도 수준 이하의 모습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이 “한·일 갈등 사태가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를 소속 의원 128명 전원에게 배포했다. 국민이 일상을 희생하며 극복하려는 위기를 여당의 싱크탱크는 총선용 호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위기 극복에 활용하라고 국민이 모아주는 힘을 그들은 표로 치환해 계산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는 국민을 배신했다. 민주연구원이 보고서에 인용한 근거자료는 여론조사였다. “우리 지지층뿐 아니라 스윙층(무당파)에서도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한다. 이런 여론에 비춰 총선 영향은 긍정적”이라고 적었다.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가 담겨 있다. 이를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배포한 것은 그런 입장과 행동을 취하라는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 그렇게 하는 것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는지, 국익에 부합하는지는 따져보지도 않았다. 당리와 당략이 있었을 뿐이다.

민주연구원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양정철씨가 원장을 맡고 있다. 취임 후 싱크탱크 기능을 정비한다면서 시·도지사와 대기업과 해외 연구기관을 줄기차게 찾아다니더니 결국 표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아무리 총선 전략이 중요해도 국익을 외면해선 안 될 터인데 이 보고서는 더 나아가 국익에 해로울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자질이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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