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시설 확충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3명이 사망·실종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40여m 지하에 있는 저류 배수시설을 점검하러 내려갔다가 갑자기 유입된 빗물에 휩쓸려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관리자는 “비가 오는 것은 기상청을 통해 미리 확인을 하고 일상점검에 들어갔으나 아침에 쏟아진 폭우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집중호우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는데도 설마하고 넘겨버린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사라고 봐야 한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생명을 잃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안타깝고 답답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971명이다. 건설현장에서 485명, 제조업종에서 217명, 서비스업종에서 154명이 숨졌다. 사고 원인은 추락이 376명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113명), 부딪힘(9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안전교육과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작업자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는 사고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산재 사망사고가 세계 최고 수준일 정도로 많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노동자 10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네덜란드가 0.71명, 독일 1.11명, 영국 1.46명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EU 평균(2.21명)의 4배가 넘는 9.6명이다.

산재 사망사고는 안전관리가 부실하고 작업 환경이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이나 하도급업체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원청업체의 안전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지만 누락된 대상이 많으니 법을 더 보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벌금액을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2016년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432만원이고, 지난 10년 동안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0.5%에 불과했다. 이렇게 처벌이 약하니 안전관리를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겠는가. 문재인정부는 임기 내에 산재 사망자 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과 같은 느슨한 대응으로는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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