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끝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 배제할 경우 양국 간 전선확대 불가피… ARF에서 실마리 찾아야

한·일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국회 대표단의 일본 방문은 의회 차원에서 고위급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여야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국회 대표단은 31일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 지도부를 만난 데 이어 일본 상공인들과 간담회도 했다. 이튿날엔 야당 지도부를 만난다.

국회 대표단은 방일 첫날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를 잇달아 면담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자민당의 2인자다. 정부 차원의 고위급 대화에 소극적인 일본이 의회 차원의 고위급 대화에 응한 것은 일본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한국 내 일본 제품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한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일본 소도시들이 직격탄을 맞는 등 일본의 피해가 예상외로 크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도 이런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칼을 빼들었지만 정작 그 효과는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어서다. 또한 일본의 피해가 예상외로 크다는 점도 충격이다. 왜 일본의 지식인 77명이 ‘한국은 적인가’ 제목의 공동성명을 통해 아베를 비판했겠나. 아베가 가는 길이 파국으로 가는 길임을 알기에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나선 게 아니겠나. 국회 대표단이 일본 정치권에 전한 메시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출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지 말라는 거다.

이번 경제전쟁은 승자 없는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생의 길을 마다하고 공멸의 길을 가는 건 하책 중의 하책이다. 그럼에도 끝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할 경우 전선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아베와 일본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당사자 간 해결하기 쉽지 않다면 양국이 신뢰하는 제3국 중재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기간 분쟁을 일단 멈추는 분쟁중지협정에 합의할 것을 한·일 양국에 촉구했다는 외신보도가 있다. 미측의 제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지만 일정 기간 일본의 추가 조치를 차단할 수 있는 효과는 있다. 이번 주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예정돼 있다. 여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한·일 양국은 물론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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