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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전재우] 필터 버블에 갇힌 사회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PC나 모바일기기로 접속하는 인터넷 페이지마다 모두 한 가지 상품을 소개하는 쇼핑몰 광고만 나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앱에서도 같은 광고를 봐야 했다. 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한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얼마 뒤 같은 쇼핑몰에서 다른 물건을 샀다. 광고가 새로 산 물건의 관련 제품으로 바뀌었다. 며칠이 지나 메신저 대화방에서 친구가 안경 판매점 홈페이지를 공유했다. 주소를 눌러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쇼핑몰 광고가 안경 판매점 광고로 교체됐다. 3개월이 지났는데도 다른 광고로 바뀌지 않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휴일에 가끔 넷플릭스로 SF영화를 본 이후 넷플릭스는 SF영화를 위주로 추천했다. 유튜브는 더 심하다. 한 번 본 영상과 비슷한 주제의 영상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다른 주제의 영상을 봐도 마찬가지다. 이젠 어린이와 10대뿐만 아니라 50, 60대들도 유튜브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 주제, 내 마음에 쏙 드는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계속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보·동영상 제공 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 오래 붙잡아 둬야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사용자의 나이 성별 위치 검색이력 방문페이지 선호정보 등을 파악해 좋아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이유다. 미국 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 엘리 프레이저는 저서 ‘생각조정자들’(원제 The Filter Bubble, 2011)에서 정보를 걸러내는 알고리즘(필터)에 정치적 상업적 논리를 개입시키면 정보 편향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는 상업적 논리를 가진 알고리즘으로 걸러진 정보의 ‘거품’에 갇히게 되고, 필터 버블은 사용자의 가치관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필터 버블은 심화됐다.

국내 정보제공사업자들도 추천이나 개인 맞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오래다. 이제는 뉴스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사업자마다 다른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 페이지에서 AI 콘텐츠 추천 시스템인 에어스(AiRs, AI Recommender System)를 적용한 뉴스를 제공 중이다.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에 클릭률 열독률 등을 바탕으로 한 카카오 추천 엔진 루빅스(RUBICS, Real-time User Behavior-based Interactive Content recommender System)를 적용하고 있다. 다음 뉴스는 카카오톡에도 들어간다. 줌인터넷은 인공지능으로 뉴스를 추천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뉴썸을 만들었다.

검색 알고리즘도 마찬가지다. 사업자의 의도에 따라 최신 문서를 위에 놓을 수도 있고 정확도 높은 문서를 위에 배치할 수도 있다. 알고리즘에 영향을 주는 항목의 가중치는 사업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사업자의 지향점과 개발자의 철학도 들어간다. 구글은 정기적으로 알고리즘을 점검하고 항목 가중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리즘으로 추천한다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선입견이나 편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사용자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사용자에게 ‘보고 싶은 기사를 배치하는 언론사’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보기 싫은 언론사를 배제하라는 것과 같다. 색깔이 다른 언론사를 골고루 선택했는지, 비슷한 성향의 언론사만 선택했는지 알 수 없다.

사용자는 일반적으로 수동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다양한 뉴스와 정보를 접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 가짜뉴스까지 선별하는 시각을 가지라고 주문하는 것은 단편적인 대안이다. 기성 언론은 진영 논리에 빠진 기사, 조회수(PV)를 높이기 위한 기사를 좇을 것이 아니라 사실과 주장을 제대로 거르고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언론 본연의 기능에 오히려 충실해야 한다. 정보·동영상 제공 사업자는 알고리즘의 객관성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검증받아야 한다. 필터 버블에 갇혀 고정관념과 편견만 강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전재우 사회2부 부장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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