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방콕 한·일 외교장관 회담서 기존의 강경 입장 되풀이…
日, 2일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할 듯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처음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양국의 간극을 확인한 채 45분 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회담 결과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고 있는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대면할 때부터 예견됐다. 두 장관은 비록 악수를 했으나 시종 굳은 표정이었고 서로 의례적인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 아베 정권의 도발로 냉각된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회담에서 강 장관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제외하지 말 것과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 양국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또 수출규제·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해 시간적 여유를 갖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고노의 대답은 ‘노’였다.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안보상 필요한 조치이고 한국이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국제법 위반사항을 시정하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아베 정권이 2일 각의에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추가 도발을 강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미국의 중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로지 계획된 각본대로 압박 강도를 높여 우리나라를 굴복시키려는 데에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아베 정권의 한국 무시는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고노 장관이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대사의 말을 도중에 끊는 무례를 범하더니 이번엔 자민당 간사장이 도쿄를 방문한 한국 국회대표단과 합의한 회동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그래도 일본의 양심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실마리가 찾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베 정권은 이 기회마저 걷어찼다. 한·일 관계가 파탄 일보직전이다.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카드를 검토 중이다. 경제적 파장은 물론 외교안보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와 정치권, 민간이 함께 참여한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 역할과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협의회는 지난 31일 열린 첫 회의에서 국내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정부가 매년 핵심 소재, 부품, 장비 기술 개발에 1조원 이상 지원하기로 했다. 늦었고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민관정이 한목소리를 내고 밀어붙인다면 극일(克日)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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