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산업활동, 물가 등 이틀 새 발표된 경제지표 모두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경제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7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0% 줄었다. 8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2019년 6월)도 마찬가지다. 6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6%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11개월 연속 제조업 생산능력이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이 월별기준으로 11개월 연속, 분기기준으로 6분기 연속 하락한 것은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생산능력 증가율은 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플러스를 유지했었다. 한국 경제의 주력인 제조업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수출 부진을 상쇄해야 할 내수도 디플레이션(물가가 지속해 하락하는 현상)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게 위축됐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전년 대비)로 올 들어 7개월 연속 0%대 행진을 이어갔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작황이 좋았던 채소의 가격 하락 영향이라고 설명하지만, 경제 전체로 수요가 부족한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경기둔화→소비감소→저물가 장기화→생산감소→경기악화’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멀리 있지 않다. 일본이 이 악순환에 빠져 20년 불황을 겪은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할 것이 확실시돼 수출이 올해 안에 반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L자형’ 장기부진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통화정책 완화 등 정책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결정은 우호적이지 않다. 연준은 31일(현지시간) 10년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낮췄지만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또 내리기 쉽지 않다.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공산이 높아진다. 일본계 자금의 대량 이탈 가능성이 있는 시점에서 이는 위험하다.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진 셈이다. 정부가 재정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개혁을 위기감을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 다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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