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일 각의를 열어 전략물자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이 적용되는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시켰다. 한국의 외교적 해결 노력과 미국의 중재를 외면하고 확전을 택한 것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정치적 이유로 경제 보복을 할 수 없도록 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폭거이다. 한·일 정부가 오랫동안 공유해온 정경분리 원칙을 일방적으로 허물어뜨리고 양국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무모한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소집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단호한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원치 않은 싸움이지만 일본이 걸어온 만큼 피할 이유도 없다. 민관의 총력 대응이 절실하다.

일본의 조치는 공포 등의 절차를 거쳐 이달 하순 시행될 전망이다. 전략물자 1100여개 품목이 대상인데 수입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막힐 수도 있다. 일본 소재·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되지만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기 대응책을 충분히 마련해 신속하게 시행하는 것이 급선무다. 수입 차질에 대비해 새로운 조달처와 대체 기술을 확보하고, 변화된 여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금융·세제·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보복 조치에 상응해 일본에 타격을 줄 맞대응 카드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WTO 제소 등 국제사회에 일본의 부당성을 알리는 여론전을 병행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열어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기회를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이 현실화한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마저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우리 경제에는 업친 데 덮친 격이다. 정부와 기업, 정치권, 국민들이 똘똘 뭉쳐 이 위기를 잘 헤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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