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후 단행된 검찰 인사의 후폭풍이 심히 우려스럽다. 당초 사법연수원 23기인 윤 총장이 문무일(18기) 직전 총장보다 5기수나 낮아 인사 폭이 크겠지만 조직의 안정성과 수사의 전문성을 위해 간부들이 대거 퇴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윤 총장이 상명하복식의 조직 운영보다는 선배들과 동기들을 중심으로 비교적 유연한 집단 지도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신임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를 강조하고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할 때만 해도 검찰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했다. 윤 총장이 박근혜정부 시절 집권층의 수사를 밀어붙이다 좌천 당한 경험도 했기 때문에 ‘인사 보복’의 칼을 휘두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윤 총장은 이런 예상과 기대를 한순간에 저버렸다. 윤 총장은 취임 이후 첫 검찰 간부 인사를 통해 사실상 ‘윤석열 사단’을 전진 배치했다. 일부 특수통 검사들은 약진하고 공안통과 강력통 검사들은 줄줄이 물을 먹었다. 그의 취임을 전후해 검찰 고위 간부 14명과 중간 간부 50여명이 사표를 냈다. 지방검찰청 한 곳이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특히 청와대 비서관 정치자금 수수와 문재인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지휘한 서울동부지검장, 차장검사, 형사6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란 믿음, 능력과 실적에 따라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고 고백했다. 서울동부지검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들을 기소하자 국민은 ‘미흡하지만 그래도 잘했다’고 성원했다. 문재인정부하에서는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의 비위와 비리도 단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엄정한 수사’ 당부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각오도 모두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능력 있고 소신 있는 서울동부지검 검사들의 좌천 인사와 사의 표명을 보고 과연 어느 검사가 소신껏 일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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