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렇게 신뢰 없는 관계를 갖고 GSOMIA가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의미 없는 일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GSOMIA 파기의 적극적인 시행은 물론 한·일 군사 협력의 전면 재검토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GSOMIA 파기는 돌이킬 수 없는 안보적 자해”라고 주장했다.

GSOMIA 문제는 매우 논쟁적인 사안임에 틀림없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취하면서 갖다 붙인 신뢰성 문제를 본다면 파기가 당연하다. 하지만 GSOMIA가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의 상징이고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핵 문제가 여전히 한반도 제1의 안보 이슈로 걸려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일 양국이 2016년 협정을 체결한 이후 실제 교환한 정보가 50건을 넘지 못해 당장 파기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역으로 일본에 별 타격이 되지 않는 카드라는 의미도 된다. 우리가 앞장서 파기하면 경제문제를 안보문제까지 확전시킨다는 논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청와대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너무 일찍 결정하면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호성 전략을 정치권과의 협의를 미루는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GSOMIA는 두 차례 국론이 분열되는 파동을 겪고서야 체결됐다. 파기든 재연장이든, 혹은 협정을 유지하되 실제 교류를 하지 않는 대안을 모색하든 이번에는 일본을 향한 국민들의 공분을 한데 모아 통합된 대응을 보여주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이 논쟁적 현안에 국민적 여론이 결집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GSOMIA 파기 여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냉정하게 결정할 일이다. 가장 피해야 하는 일은 자신들만의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수단으로 삼아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