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오는 9일 방한한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몽골 등 아시아·대양주 순방의 일환이다. 에스퍼 장관은 방한 기간 정경두 국방장관과 취임 후 첫 회담을 갖고 청와대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지휘소연습(CPX) 방식의 한·미 연합훈련 중에 이루어지는 미 국방장관의 방한은 양국 동맹을 재확인하고, 최근 잇따른 미사일·방사포 시험발사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한이 마냥 달가운 것은 아니다. 그가 내밀 청구서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인상을 우리 측에 요구했다. 청와대가 부인하긴 했으나 내년 분담금으로 올해의 다섯 배인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를 촉구한 데 이어 에스퍼 장관은 “신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지역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방한 때 에스퍼 장관이 우리에게 내밀 청구서들이다. 하나같이 쉽게 들어주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다. 한·일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정부로서는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정부가 이미 호르무즈 연합체 참여에 대해 긍정적 신호를 보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만족이 없다.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하는 것은 중국 견제용이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우리나라는 최적합지 중 하나다. 만에 하나 중거리 미사일 한국 배치가 현실화되면 제2의 사드 사태를 피할 수 없다.

미국 우선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을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절호의 기회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일 전에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줄 수는 없다. 어려울 때 돕는 게 동맹이지, 어려움을 이용하는 것은 참다운 동맹의 자세라 할 수 없다. 정부도 미국이 더 이상 무리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아닌 건 아니라고 분명하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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