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에서 내년 도쿄올림픽의 방사능 위험에 대한 보도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미국 유력주간지 더 네이션은 ‘후쿠시마는 올림픽 치르기에 안전한가’란 기사를 통해 후쿠시마와 주변 지역의 방사능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후쿠시마에서 조달될 식자재와 근처 토양 오염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올림픽 성화는 후쿠시마에서 시작한다. 불과 90㎞ 정도 떨어진 곳에서 야구 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며, 도쿄까지는 200㎞로 멀지 않다. 호주의 시사프로그램 ‘60분’도 도쿄올림픽의 방사능 위험성을 경고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올림픽에 참여하는 선수나 관광객의 안전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그러니 국내든 해외든 언론이 방사능 위험 문제를 제기하는 건 당연하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최선의 대책을 세우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도쿄올림픽 방사능 문제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적으로 다룰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언론들이 지속적으로, 심각하게 문제점을 지적하면 뭔가 입장이라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국내에서도 방사능 안전 논란과 관련해 도쿄올림픽 보이콧에 관한 여론조사가 있었다. 보이콧 찬성이 68.9%, 반대가 21.6%, 잘 모르겠다가 9.5%였다. 10명 중 7명이 ‘선수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추가 안전 조치가 없으면’ 참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제공하겠다고 해서 방사능 안전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질문의 전제가 답변 태도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반대는 ‘구체적 안전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보이콧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올림픽 헌장의 4개 지침사항 중에는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 금지’가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 올림픽 불참 공론화 움직임이 있다. 한·일 간 경제전쟁은 본질이 정치적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 먼저 방사능 문제를 제기하는 건 역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도 있는 소재다. 한·일 간 경제전쟁은 자유무역질서를 현저히 해치거나 글로벌 가치사슬의 교란·균열이 나타나지 않으면, 다른 국가 입장에선 사실 강 건너 불이다. 하계·동계 올림픽을 훌륭히 치러낸 국가답게 성숙하게 대응해야 하겠다. 아무리 미워도 순수 문화예술 행사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시키는 것과 같은 야만적이고 저급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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